*카무나츠 요괴AU입니다.
그 날, 나는 가볍게 카무이에게 혼났다. 하지만, 나도 반박에 나섰다. 이렇게 신사에 가만히 있다가 심심해서 죽어버리겠다는 등등 여러 말로 반박을 시도했다. 그러자, 카무이와 나는 합의를 하기로 결정했다. 주변을 돌아다니는 건 허락하지만, 되도록 가는 길은 한정되어있어야한다는 그런 합의였다. 결국 신사말고 다른 곳도 갈 수 있다는 그 조건 하에 허락했다. 그리고 내가 갈 수 있는 길은 정말 한정적이었다.
“하아-…카무이, 이 정도면 과잉보호 급 아닐까요?”
“글세- 그 녀석이 워낙 소유욕이 심한 녀석이라 말이지.”
“정말로요-? 전혀 그렇게 생기지않았는데-…”
타카스기가 있는 곳까지였다. 그래도 그나마, 다른 누군가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신사 안에서는 정말 나 혼자였다. 카무이가 있을 경우에는 카무이와 대화를 나누었지만, 카무이가 저 멀리 나갈 때는 나는 나 혼자서 놀아야했다. 낮잠을 잔다든가, 나 혼자 즐기는 온천욕이라든가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것도 금새 질려나갔다.
“그래도, 카무이가 밖에 나가는 걸 허락해줄 줄은 몰랐어요- 고집이 진짜 셌거든요-”
“아- 나도 그건 알지.”
“그쵸-! 처음에는 자기도 따라가겠다고 툴툴거려서 시끄러웠는데, 요즘은 막상 그 소리가 없으니깐 심심한 거 있죠-”
“그런가-”
“당연하죠- 심지어, 타카스기 씨도 말이 별로 없잖아요? 카무이처럼 말동무가 있으면 살짝 시끌벅적하고 좋지않아요?”
“그닥- 그리고, 말 많은 건 싫다.”
시큰둥한 타카스기 씨의 반응에 나는 툴툴거렸다. 그리고는 호수에다가 손으로 물장구를 치며 시간을 보냈다.
“그보다, 너 말이야.”
“네?”
“여기에 그만 좀 오지그래?”
“하지만, 카무이가 허락한 곳은 여기가 끝인걸요? 신사 안에 계속 있는 것보다 이렇게 누구를 만나는 게 더 좋아요- 그리고, 타카스기 씨도 계속 물 안에 있으면 몸에 안 좋을껄요?”
“물에 사는 요괴인데 그럴 리가 있겠나.”
“그래도- 가끔 바깥 공기도 쐬야죠-”
“너 때문에 매일 나온다.”
“하하…그럼, 일주일에 5번은 어때요?”
“딱 이틀 줄었다.”
“그래도- 타카스기 씨 꼬리 만지는 재미로 오는건데…”
“…하아- 4번에서 3번으로 타협하지.”
“와아-! 고마워요-!”
타카스기 씨의 허락에 나는 웃어보였다. 그러자, 타카스기 씨는 가만히 묵묵히 곰방대만 피울 뿐이다. 그 이후, 나는 타카스기 씨와의 약속대로 일주일에 3~4번도 만나러다녔다. 둘이서 오고가는 이야기는 없지만, 타카스기 씨는 내 옆에서 실소를 보이거나 간단한 맞장구만이 전부였다. 혼자만 주구장장 떠드는 나를 신경쓰지는 않았다. 워낙 처음부터 말이 없던 사람이었고, 내가 아무리 말을 많이해도 아무런 소리 하지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평범하게 타가스기 씨 옆에서 호숫가를 구경하며 카무이와 있었던 일이나 인간 세계에서 살았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왔다.
“그래서 카무이가-”
“…냄새가 옅어졌군.”
냄새가 옅어졌다는 그 말에 나는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되살아났다. 냄새. 카무이와 처음 만났을 때도, 타카스기 씨와 처음 만났을 때도 냄새가 어쩌다고 그랬다.
“맞아요-!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어요! …그 냄새라는 게 뭐에요?”
“카무이 그 녀석이 아직도 안 가르쳐줬나?”
“물어봐도 자꾸 딴 이야기로 흘려버리거든요-”
아무것도 알려주지않은 카무이의 모습이 생각나서 그런가 나는 금새, 비밀이 너무나 많은 카무이가 생각이 났다. 그 생각에 나는 이름모를 여러 꽃들을 엮어보이며 화관을 만지작거렸다.
“요괴들은 인간들의 냄새를 아주 잘 맡거든. 인간마다 맡아지는 냄새가 다르기는 하지만, 요괴 녀석들한테는 꽤 유혹적이고 달콤한 냄새로 표현되니깐.”
“그런가요…? 저는 아무리 맡아도 안 나던데.”
“인간들은 죽을 때가지 맡지못하는 냄새이니 말이지. 그 냄새들로 악귀 녀석들은 인간들을 찾아 잡아먹기도하지.”
“그럼…타카스기 씨나 카무이도 사람을 잡아먹는건가요?”
“하-, 그런 짓들은 계급이 낮은 쓰레기 놈들이나 하는 짓이다.”
“아…그렇구나-”
타카스기의 말에 나는 천천히 귀 기울였다.
“인간의 냄새를 지울 수 있는 건 근처의 요력이 쎈 요괴가 있다면 문제는 없지.”
“그러면- 타카스기 씨가 말하는 그 냄새가 옅어졌다는 건-…”
“카무이 그 녀석이 먼저 손을 써둔거다.”
“그럼…그때 동안 신사에만 있으라고 한 것도 다 그걸 위해서…”
“그것 뿐만이 아니다-”
“네?”
타카스기는 손에 들고있던 곰방대로 나를 가리켰다.
“너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보다 특이하게 냄새가 강한 편이라 질 나쁜 요괴들이 꼬이기 쉬웠을거다. 그래서, 네가 입고있는 옷, 장신구 등등 모든 것에 그 녀석의 요력이 담겨있다.”
나는 그 말에 내가 입고있는 옷을 살펴보았다. 보기에는 아주 평범한 옷과 장신구 뿐이다. 근데 이것들 안에 카무이의 요력이 담겨있다니, 생각보다 날 신경 많이 쓰고있다는 것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심지어는 이런 배려에 미소가 지어졌다.
“뭐야- 이런 거는 일찍 알려주면 좋을텐데 말이죠…”
“뭐, 그렇기야하겠지만- 그 녀석, 너무 과해.”
“과하다뇨?”
“요력을 소모하는 건, 흔히 말해 인간의 힘 또는 체력을 소모하는 일과 같다. 물건 안에 미세하게 집어넣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 녀석은 작은 장신구 하나하나에 과할 정도로 집어넣었어. 그렇게되면-”
타카스기 씨가 꺼낸 이야기에 나는 놀랄 수 밖에 없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먼저 가보겠다는 말을 건내고는 다급하게 신사로 달려갔다. 신사 안으로 들어서자 마루에 가만히 앉아 곱게 분홍빛으로 칠해진 기모노를 다듬고있는 카무이가 보였다. 그런 카무이를 보며 나는 천천히 다가섰고 금새 카무이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챘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항상 지어보내던 그 환한 웃음으로 나를 반겼다.
“나츠무- 어서와. 오늘은 일찍 왔네-?”
“카무이.”
나는 카무이 앞에 서보였다.
“왜 이런 짓을 하는거야…?”
“응? 아, 기모노 산 거 말이야? 그야- 나츠무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그게 아니라-! 왜 네 힘까지 빼가면서…나를 배려하는거냐고…”
나는 고개를 숙힌 채 소리질렀다. 그러자, 천천히 고개를 들자, 카무이의 표정은 금새 어두워졌다.
“…신스케가 알려줬구나?”
“응, 타카스기 씨가 알려줬어. 나는 그냥 받쳐진 제물이자 공물일뿐이야. 죽여도 상관없어 먹어도 상관없는 그런 존재가 되버렸는데- 네 힘까지 빼가면서 왜 나를 지키는거야-?”
“…나츠무를 죽게 할 수는 없으니까-”
“뭐?”
카무이의 황당스러운 답변에 나는 카무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카무이는 평소와는 다르게 진지한 표정과 함께 짙어진 푸른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내가 전부터 말했잖아? 너는 내 꺼라고. 나한테 받쳐진 제물인데 내가 어떻게하든 내 마음이잖아? 그리고, 내 꺼를 감히 쓰레기 같은 녀석들한테 죽게냅두겠어?”
“하지만, 그렇게 계속해서 그 힘이라는 써버리면…너가 엄청나게 힘들다고-…”
“요력이 다시 회복돼- 다만, 회복되는 시간이 오래걸릴 뿐이지. 그리고, 나 그렇게 약한 요괴아니거든- 이 신사를 몇백년- 아니, 몇천년 동안 지켜온 요괴야-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진 요괴지.”
카무이는 천천히 손을 뻗더니 내 손을 살며시 겹쳐왔다. 그러더니 그대로 나를 천천히 안아보이는 카무이다. 평소와 같았다면 머리를 가볍게 때리며 장난치지말라는 말을 꺼내왔지만, 오늘만큼은 왠지 카무이에게 안기고싶었다. 그 때 동안에 고마움 때문에 그런걸까나?
“네가…다른 녀석들한테 죽임을 당하거나 빼앗기는 게 싫었어. 그러니깐…제발- 내 어리석은 소원이지만, 내 옆에 있어줘- 나츠무.”
처음보는 카무이의 모습에 나는 놀랐다. 평소와 같이 항상 웃고다니던 카무이지만,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에게 어리광을 부리는 모습과 사뭇 비슷했다. 가만히 안겨있던 나는 천천히 카무이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는 내 손을 카무이의 뺨에 천천히 감싸며 서로의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오랜만에 마주친 카무이의 눈에 뭐랄까 심장이 간지러웠다.
“네 옆에 평생있을게.”
“응…?”
“싫어-? 내가 카무이 옆에 평생사는 건 싫나봐-? 적당히 놀고 먹다가 인간 세계로 다시 돌아가- 하고 뻥 차버리는건가?”
“아니아니!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내가 전에도 말했지만… 나 이미, 마을에서는 죽은 존재일거야- 그 죽은 사람이 멀쩡히 살아돌아왔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심지어, 제물로 받쳐졌는데 살아서 돌어와 무슨 일이 생긴다면 모든 건 다 내 책임이 분명할 거야. 그렇게 욕 먹고 질타 받으며 살 바에는 카무이 옆에서 평생 같이 사는 게 나쁘지않다고 생각이 드는걸?”
내 말에 카무이는 금새 표정이 풀렸다. 표정이 풀어진 걸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대로 천천히 안겼던 자세를 풀려고하자, 카무이가 허리를 잡아당겨 우리 둘 사이의 얼굴 간격이 평소보다 더 가까워졌다. 자칫하다가는 정말 입술까지 닿을 정도였다.
“그러면 역시 내 신부가 되주는-”
“그건 아니야-”
단호한 내 대답과 함께 평상시와 같이 나는 가볍게 카무이의 머리를 때렸다. 그러자, 툴툴거리는 카무이의 원래 모습에 나는 웃었다. 그 날 저녁, 카무이는 평소와 같이 나에게 기모노를 건내주었다. 아까 카무이가 만지고있던 분홍빛 기모노였다.
“저기- 이 기모노도 그 요력인가 뭔가 한 그 힘이 들어가있는거야-?”
“응, 나츠무는 다른 인간들보다 냄새가 짙어서 말이지- 어쩔 수 없이 많은 양을 넣을 수 밖에 없었어-”
“…카무이, 나는 어떤 냄새가 나-?”
“으음- 꽤 잡아먹고싶은 냄새-?”
“에? 그렇게 말하면 누가 아는데-?! 얼른 자세히 알려줘-”
“비밀-!”
“너무해-! 카무이는 비밀이 너무 많다니깐-!”
그렇게 카무이와 오늘도 투닥거리며 하루를 보낸다. 아마 우리 둘이 사귀는 건 저 너머의 이야기가 아니지않을까나-
'DREAM > CREATIO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카무나츠 [6월 1일] (0) | 2020.06.01 |
---|---|
카무나츠 [사랑이라는 이름에] (0) | 2020.04.25 |
카무나츠 [신 구미호의 하늘 中] (0) | 2020.04.25 |
카무나츠 [신 구미호의 하늘 上] (0) | 2020.04.25 |
카무나츠 [죽음] (0) | 2020.04.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