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생물의 생명이 없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인간은 이 세계에서 태어남으로써 죽음이란 운명을 함께 지니며 태어난다. 하지만, 그 죽음이란 건 정해진 시간에 찾아오는 착한 아이가 아니다. 갑작스럽게 나타나 사람들을 힘들게 만들고 사라지는 나쁜 아이다. 지금도 그렇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저 사람은 죽을 사람이 아니다. 분명, 내 곁에서 환한 미소로 내가 가려는 앞길을 밝게 비추어주는 한 사람이 되어 줄 사람이자 내 인생의 마지막인 사람이 왜 지금 저기서 저렇게 창백하게 누워있는가. 마치 온 세상이 우리를 배려하려는 듯이 나와 그녀를 감싸던 소음들이 잠잠해졌다. 나는 누워있는 너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항상 미소를 머금고 붉은 입술로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건내주었던 그 입술은 붉은 기 마저 사라진 채 하얗게 번지기 시작했다. 항상 사랑스러웠던 분홍빛 볼과 하얀 너의 피부는 이미 창백하기만 했다. 어느 보석보다도 진한 보랏빛으로 물들어진 너의 눈동자는 이미 무겁게 닫힌 눈꺼풀로 보기가 힘들었다. 마지막으로 하늘을 보지못하는 나에게 유일한 하늘이 되어주겠다던 너의 푸른 머리카락은 여전히 새파란 하늘을 닮아있다. 난 이렇게 아직 너가 살아있다고 믿을 정도인데, 너의 모든 것이 이 곳에 없다며 아무런 대답조차 해주지 않는다.
“나츠무, 좀 일어나봐. 이런 장난…치는 거 아니야.”
떨리는 목소리로 천천히 너에게 말을 건냈다. 하지만 묵묵부답일 뿐, 아무런 말도 나에게 건너오지 않았다. 미세한 동작조차 없는 너를 볼 때마다 심장이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입술을 세게 깨물자, 피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하지만, 전혀 아프지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너가 흘린 피의 양을 알고있기에 아파할 수가 없었다. 피에 미쳐 싸우기만 하던 내가 이런 상황에 좌절을 하고있다니, 다른 사람이 그런 나를 본다면 얼마나 어이없고 웃겨보일까. 나츠무 배 위에 꽂힌 날이 선 칼은 나를 비웃듯이 번쩍, 하고 광을 내보였다. 그 아래로는 이미 식어버린 피 웅덩이들이 나를 반겼다. 마치 나에게 너는 이미 약속을 어겼다며 보여주듯이 꽂혀있는 저 검이 내 심장을 여러 번 찔러보였다. 죽어가는 네 곁에 내가 없었던 너는 얼마나 아프고 서러웠을까. 곁에 있어주지 못한 내가 미안해. 항상 네 곁에 있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마저 지키지 못한 내 자신을 후회해.
“없으면 안돼… 나, 나츠무가 없으면 안돼.. 이제는 나츠무 없이 못 살아..”
배에 꽂힌 칼이 더 이상 나츠무 속 안으로 깊이 들어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칼의 손잡이를 잡아당겨보였다. 쓰윽, 하고 들리는 선명한 소리와 함께 옆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는 나츠무를 가볍게 안아보였다. 너무나도 힘없이 쓰러지는 나츠무의 모습에 정말로 나츠무는 내 곁에 없다는 것을 직시해버렸다. 항상 너를 안아왔던 이 감촉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온기 또한 전달되지 않았다. 오히려 차가운 너의 온기가 아직 따뜻한 내 온기를 가져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헤어지기 싫었다. 너와는 죽어도 내가 먼저 죽어야했던 몸일텐데 왜 아무런 존재도 없는 너의 생명을 가져가버린걸까. 마치 거짓말이라며 지금 내 앞에 다시 다가와 웃으며 기다렸어? 라고 다가와야 할 네가 지금은 이렇게 맥없이 내 품 안에서 누워만 있으니 이것이 정녕 꿈이라고 할지라도 악몽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나에게 지금 이 상황이 악몽보다 더한 악몽이 되었다.
“저기, 나츠무. 꿈이란 건 깨야할텐데… 이 꿈은 평생이 가도 깨어나지 못할 것 같아.”
죽은 사람 앞에서 울어봤자, 애원해봤자 이 사람이 다시 살아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있는 지금 내 행동은 아무런 득이 되지않는다. 최대한 나는 쏟아져 올라오는 슬픔의 감정을 부여잡고 네 앞에 섰다. 나츠무가 좋아하던, 사랑하던 그 미소를 쥐어짜내듯이 지어보였다. 마지막까지 나는 네가 슬픈 감정을 가진 채로 보내주고 싶지않았다. 나츠무, 너가 이 미소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난 여전히 너를 좋아해. 어제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밝게 웃어주던 너를 사랑했어. 현재는 내 옆에서 쓸쓸하고 차갑게 죽어있는 너를 사랑해. 그리고 이제는 더 이상 내 곁에서 웃어주지않는 너를 사랑할게. 그러니깐, 나를 미워하지는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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