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나츠 연예인AU입니다.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모든 연예인들은 존경스러운 존재였다. 거리만 지나가도 사람들의 칭찬과 호평이 쏟아졌고 연예인들끼리 서로 사귀는 모습까지 존재하니 나에게는 정말 꿈만 같은 존재였다. 그런 존재에 나는 어렸을 때, 연예인이라는 꿈을 꿔왔다. 재능이 없었던 나는 노력해서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기획사에 들어가 여러 사람과 만났다. 그 중, 나와 같이 활동하게 될 멤버들도 있었다. 기획사 사장님의 조언과 각각 선생님들의 조언에 따라 우리들은 모든 것을 다 토해낼 정도로 노력했다. 그 결과,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나는 20살이 되었다. 이제는 그만두어야 할 나이같아 보였지만, 정말 운이 좋게 기획사 사장님은 좋은 노래와 춤을 얻어오셨고 그 기회를 삼아 나와 멤버들은 데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뷔를 하더라도 다시 경쟁의 시작이었다. 하루 사이에 튀어나오는 신입 그룹들 사이에 우리는 살아남아야했다. 내가 원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잔혹함이었다. 다행히 우리는 그 수많은 그룹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인기를 누렸다. 그것도 순식간에 말이다. 첫 시작은 막내 멤버였다. 우연찮게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 많은 활약을 하여 우리 그룹의 이름도 알리게 되었다. 그리고 서서히 다른 멤버들도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곳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라디오, 예능, 드라마, 노래, 춤 등등 여러 곳에서 우리의 이름을 알렸다. 다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얻지못한 나는 점차 지쳐갔다. 주위 사람들은 빛나고있는데 나만 그룹의 밑바닥에서 생존해가고있었다. 하지만, 멤버들은 곧 너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응원하였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는 단체 숙소에서 나 혼자서 멤버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찾아보며 시청률을 올리던 도중, 신나게 울리는 내 전화 벨소리에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매니저 오빠였다. 익숙하게 전화를 받았다.
“여보ㅅ-…”
“나츠무-!!!! 당장 지금 기획사로 달려와!”
“매니저 오빠…? 무슨 일인데요?”
“설명은 거기가서 할테니깐, 빨리 와!!”
자기 말만 후다닥 내뱉고 전화를 꺼버린 매니저 오빠의 행동에 나는 까맣게 변한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눈만 깜빡였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전혀 모르지만, 나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달랑 후드집업과 안경만을 쓴 채 밖을 나섰다. 오랜만에 맡아보는 바깥 공기에 조금은 숨이 탁- 하고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단체 숙소에서 기획사는 단 5분 거리였기에 금방 도착 할 수 있었다. 익숙하게 들어가고는 안내 데스크에 앉아있는 직원들에게 인사하며 사장실이 있는 5층을 향해 올라갔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마치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매니저 오빠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환한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나츠무!”
“매니저 오빠…할 말은 다 하고 전화를 끊으셔야죠.”
“되게 급한 상황이라…일단, 얼른 사장실에 들어가봐-”
“네에-”
사장실의 문을 열자 기획사 사장님을 제외하고 다른 두 분이 소파에 앉아있었다. 나는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고 사장님은 편하게 앉으라며 소파를 가리켰다. 나는 소파에 앉아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예상이 안갔다.
“크흠…일단, 이 분들은 소개하자면- 최근에 방영되고있는 ‘사랑이라는 이름에’이라는 드라마의 작가님과 감독님이시다.”
“…네!? 그 드라마요!?”
나는 사장님과 소파에 앉아있는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당황함을 그대로 표현했다. ‘사랑이라는 이름에’ 라는 드라마는 지금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드라마다. 유명한 배우들이 출현한다는 것도 큰 장점이지만, 극본 작가가 그 동안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작가라는 것이다. 심지어 감독도 작가의 극본을 함께 맡아왔던 감독이였기에 그 둘은 최고의 파트너라고 부를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지금 당장 내 앞에 있다는 것이다.
“어머, 사장님- 그렇게 말하면 나츠무 양이 부담가지잖아요. 안녕하세요, 나츠무 양.”
무척 귀품이 흐르는 목소리와 태도로 나에게 인사하는 작가님을 향해 나도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나츠무 양, 혹시 드라마 카메오로 출현할 생각 없나요?”
“네…? 카메오요?”
“네- 지금까지 많은 아이돌이나 배우들을 봐왔지만…이 역은 나츠무 양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작가님은 웃으며 나에게 책 한 권을 넘기셨다. ‘사랑이라는 이름에’이라는 드라마의 각본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각본을 천천히 넘겼다. 그러자 형광펜이 칠해진 곳이 한 눈에 잘 보였다. 드라마 마지막 회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회사에 신입으로 들어온 역할이었다.
“이 역할을…저한테요?”
“나츠무 양이 출현한 예능 프로그램이나 토크쇼 잘 봤어요. 거기서 이 역은 나츠무 양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연기 쪽은 제가 한번도 시도해보지않은 영역이라- 그렇게 잘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네요.”
“걱정마요- 분명, 나츠무 양이라면 잘 할 수 있어요. 카무이 군도 같이 도와줄꺼에요.”
카무이. 내가 생각하는 절대영역의 연예인 중 속하고있는 연예인이다. 내가 연예인이라는 꿈을 가지고나서 처음으로 저 사람처럼 되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카무이도 속했다. 아역 배우로 전문 배우들보다 뛰어난 연기력을 가지고있어 큰 화제거리가 되었다. 그 이후로 종종 드라마 아역 배우로 나오거나 심지어는 영화에도 자주 출현했다. 어렸을 때, 귀여웠던 외모는 점차 시간이 지나 어엿한 미남으로 커갔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카무이가 성장해가는 모습들을 드라마로, 영화로 지켜봐온 것이다. 잘생긴 외모로 인기도 많았고, 인성 또한 좋다는 평판을 받아 어린 나이에 국민 배우라는 타이틀을 지켜왔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조연 등을 맡아왔지만 지금 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나오고 있다. 그런데, 내가 내 우상인 카무이와 호흡을 맞춘다는 이야기에 심장이 떨렸다. 탑 급 배우와 연기 초보인 아이돌. 생각만해도 내가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이 기회를 버릴 수는 없었다. 나만 이렇게 뒤처질 수는 없다. 그래서 결국 그 카메오 출현에 승낙해버렸다. 짧은 10분이 나에게는 1시간으로 다가왔다. 별로 말도 안한 것 같은데 지친 몸을 이끌고 숙소에 도착하니, 멤버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는 다시 내 드라마 카메오 출현이야기로 불타올랐다.
“뭐어-!? 나츠무-!! 드디어 성공했구나-!”
“아니…아직 결정된 것도 아니고…그보다, 나 연기 한번도 안해봤는데…”
내 말은 들은 채 만 채 하며 자기들끼리 축배를 들며 난리를 쳤다. 자기들이 성공하고 있을 때, 가만히 숙소 소파에서 멤버들의 활약상만 지켜봐야했던 나에게 많이 미안했던 것일까나. 일단, 한 번 저질러보자는 생각에 나도 노력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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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후, 따뜻한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차 안에서 손 만이 차가워졌고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나츠무, 괜찮아?”
“ㄱㄱ…ㄱ괜찮아!! 나…되게 괜찮지…?”
“아니…그건 내가 물어봐야하는건데?”
드라마 촬영 일이 다가왔다. 2주 동안 멤버들의 혹독한 채찍질(?)로 열심히 연기를 배워나갔다. 뮤직 비디오를 찍을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그 결과, 멤버들은 배운대로 한다면 분명 잘 할 수 있다는 응원과 함께 내 출근길을 마중해주었다. 그리고 이렇게 지금 이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창문 너머로 누가 똑똑거렸다. 나는 차 문을 열어보이자, 2주 전 나에게 카메오 제의를 하였던 작가님이 서있던 것이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나츠무 양, 좋은 아침- 아침 일찍부터 미안해-”
“아니에요! 오히려…이렇게 일찍 불러주셔서 촬영 현장도 구경하고 공부가 될 것 같아요.”
“그거 다행이네요- 배우들한테 인사하러 가지않을래요? 다들 카메오가 누군지 궁금해하더라고요.”
“에…말 안하신 거에요?”
“당연하죠- 카메오라는 것 서프라이즈의 개념이니깐요. 배우들한테도 비밀로 해야 재미있잖아요?”
작가님의 웃음에 나도 살짝 웃어보였다. 작가님의 뒤를 따라 천천히 드라마를 촬영하는 감독과 스태프들에게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대망의 배우분들에게도 인사를 하자, 다들 웃으며 나를 반겨주었다. 내가 생각했던대로 다들 착하신 분들이었다. 그보다, 티비로만 보던 얼굴을 실물로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미모는 정말 말도 하지 못했다. 티비에서도 이쁘고 잘생긴 만큼 실물로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은 한 배우에게 가기 전, 살짝 숨을 돌렸다. 너무나도 많은 인사를 한 탓에 목이 갈라진 게 확실히 느껴졌다. 노래 부를 때 만큼은 목이 갈라진 적이 없었는데, 긴장해서 그런걸까.
“많이 힘들죠?”
“괜찮아요- 그보다…남은 한 분은…”
“카무이에요- 아, 나츠무의 상대역이니깐 더 긴장되겠네요.”
떨리는 심장을 속으로 부여잡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자, 주황색인지 분홍색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색이 섞인 긴 머리가 한 눈에 보였다.
“어레? 작가님? 그리고 그 옆은…”
“오늘 카무이랑 호흡을 맞출 카메오 역인 나츠무 양이야-”
“헤에…이번에도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을 섭외하셨나보네요-”
“그러는 편이 재미있잖아-? 아참, 둘이 이야기 좀 해봐- 짧지만 호흡을 맞추는 건데 서로 대화를 좀 나눠봐야지않겠어? 좀 이따가 찾아올테니깐-”
그렇게 말하고는 작가님은 슝- 나가버렸다. 정적만이 흐르는 대기실에 나는 눈을 깜빡이며 카무이를 쳐다보았다. 깊은 바닷 속과 같이 짙은 푸른 눈동자와 머리 위로 살짝 튀어나온 더듬이가 보였다. 심지어 외모 또한 티비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를 정도로 미남이다. 드라마 상에서는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고 나왔는데 아직 준비 중이라 머리는 풀은 상태였다.
“참나…이렇게 놓고 가버리면…저기.”
“…아, 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거든. 너, 최근에 유명세를 타고있는 아이돌 그룹 맞지?”
“맞아요…이름은-”
“이름은 아까 들었잖아? 나츠무라고.”
“그렇네요…저기, 준비 중인데 갑자기 죄송합니다…”
“아니, 뭐- 익숙해서 괜찮아-”
그런데, 왜 이 사람 초면부터 반말인거지. 그 생각이 빡- 하고 들었다. 아무리, 내가 엄청난 후배라고해도 존댓말 같은 거 예의아닌가. 나는 평범하게 웃어보이며 속마음을 감췄다.
“지금말이야- 자기가 엄청난 후배인데 반말 찍찍해가면서 예의를 안 차리는거냐…라는 생각했지?”
그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모르고 입 밖으로 내뱉었나?
“맞나보네.”
“저기…”
“신경 안 써. 원래 나, 존댓말 같은 거 잘 못하거든- 특히, 동갑인 녀석한테는 말이야-”
그러고보니 생각났다. 카무이와 나는 같은 나이였다. 너무 대 선배라서 동갑이라는 사실도 까먹고있었다.
“작가님,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동갑 카메오 붙이는 거에 재미붙으셨거든.”
“그런가요…?”
“너도 편하게 반말해도 돼. 나 그런 거 별로 신경 안쓰거든.”
“아…으응-”
“뭐 마실래? 콜라나 주스…아, 푸딩-”
“푸딩!”
내 반응에 카무이는 놀란 것인지 눈을 크게 뜬 채 나를 쳐다보았다. 본능적으로 푸딩이라는 단어를 듣고 큰 소리를 외쳐버렸다.
“미…미안…”
“아니…너, 푸딩 좋아해?”
“으응, 없으면 안 될 정도라서…”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봤네…자, 먹어-”
카무이는 플라스틱 스푼과 함께 푸딩을 건내주었다. 상표를 보니 유명 제과점의 푸딩이였다. 나는 줄 서서 먹을까 말까한 푸딩이였다. 나는 감격스러운 첫 스푼을 뜨며 입 안에 넣자, 그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푸딩의 달달함이 극한으로 달성했다. 그렇다고 무척 달지도 않았다. 딱 적당한 정도에 달달함이었고 부드러움 또한 달달함과 잘 어울렸다.
“으으음-!”
처음으로 먹어보는 유명한 푸딩을 여기서 먹어보다니 엄청난 행운이었다. 아 맞아, 여기 카무이의 대기실이었지. 그 사실을 다시 자각하며 카무이를 쳐다보자 되게 귀엽다는 듯이 웃어보이며 나를 쳐다보았다.
“냉장고 안에 있는 푸딩, 다 가져가- 나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깐. 그보다, 좀 이따 촬영 때 잘 부탁해, 나츠무-”
“…고마워, 카무이- 많이 부족하지만 잘 부탁해-”
카무이의 웃음에 답하듯이 웃어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카무이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대사를 이어나갔다. 아까의 긴장감은 사라진 것일까나. 지금은 내가 맡은 그 역할에 충실하게 이입하는 것이 나의 노력이었다. 만약 이 사람이었다면 어떤 미소를 지을까, 행동, 목소리의 톤 등등 하나하나 머릿 속으로 생각하며 대사를 이어나갔다. 그렇게 짧은 1분의 연기가 끝나자 슬레이트 소리와 함께 박수가 한꺼번에 쳐졌다. 연기가 다 끝나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을 뻔 했지만 간신히 버티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1분 자체도 정말 긴장감이 말도 아니었다. 대사를 까먹은 것도 몇 개 있었고 어떻게든 애드리브를 해가며 대사를 진행해왔다. 나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내쉬며 앞에 있는 카무이를 쳐다보자, 카무이는 사라진 지 오래됐다. 카무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하는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내 주변에는 스태프들이 나를 감싸고있었다. 그 사이로 작가님이 들어오면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박수를 쳐보였다.
“나츠무 양, 역시- 내가 생각한대로였어요! 카무이랑 호흡 맞춰본거에요?”
“아…아니요? 그냥… 대기실에서 대화만 몇 개 주고 받은 게 끝인걸요.”
“그런데 그렇게 궁합이 잘 맞다니-! 심지어, 한번도 끊기지않고 바로 오케이라는 건 대단해요.”
“아니에요…다들 많이 도와주셔서…”
“연기를 시작 할 때는 우리가 못 도와줘요. 오로지, 상대 역과 자신 뿐이에요. 그 상황에 대사는 몇 개 까먹었지만, 애드리브로 대처를 한 건 좋은 선택이었어요- 나중에도 잘 부탁할게요.”
"아...감사합니다...!"
그 말과 동시에 작가님이 손을 내밀었다. 나는 환한 얼굴로 그 손을 마주 잡으며 허리를 여러 번 숙였다. 그게 나의 첫 드라마 출연이었다.
티비에서 몇 번 봐왔던 신입 아이돌. 그 중, 티비 출연히 제일 적었던 그 여자가 눈에 띄였다. 다른 멤버들과는 다르게 푸른 머리색이 마치 하늘 같아서 그런걸까. 아니면, 불쌍해서 눈에 제일 띄인 것일까. 내가 처음 봤던 나츠무의 인상은 이게 끝이었다. 그리고 나츠무를 다시 만난 건, 드라마 마지막 회 촬영 당일 날이었다. 작가님의 서프라이즈로 항상 드라마의 마지막 회에는 카메오가 등장했다. 그것도 아이돌로 말이다.
“작가님, 이번에도 아이돌이죠?”
“어머머, 카무이 군- 눈치도 빠르다니깐-”
“뻔하잖아요…항상 그래왔으니깐요. 도대체 왜 아이돌로만 섭외하는거에요? 다른 유명한 배우들, 많이 알고 계시잖아요.”
“카무이 군, 나는 아이돌로만 묶여있는 원석을 찾아내기 위함이야.”
“원석…이요?”
“그래. 카무이 군도 알고있지? 소수만 알고있는 내 과거 말이야.”
작가님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작가님은 10대 시절에 아이돌이라는 세계에 뛰어들으셨다. 하지만, 거기서 많은 좌절을 겪고 결국, 2년 만에 그룹은 해체. 그렇게 고향에서 집안일을 도우며 살고있다가 우연찮게 글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 쓴 글은 우연히 드라마에 뽑힌 게 되었고 그 이후로, 많은 글을 써오며 수 많은 대작을 완성해냈다. 아이돌이라는 꿈에서 좌절에서 우연찮게 발견한 글의 재능. 분명 작가님은 아이돌에서 포기 할 것 같은 사람들을 찾아내 꿈을 이루게 하고싶은 소망이 간절하셨다.
“하아…그래도- 지난 번 처럼 연기에 미흡한 사람만 아니었으면 좋겠다. 제가 얼마나 당황한 줄 아세요?”
“그것도 다 도전인걸? 이번에는 분명, 카무이 군 마음에 들테니깐 걱정하지마-”
그 말에 나는 믿지않은 채, 드라마 촬영날을 기다렸다. 대기실에서 머리를 풀어놓은 채 대본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나와 호흡을 맞출 카메오. 그리고 전혀 정체를 모르는 상대역이자 아이돌. 누구인지 전혀 궁금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순간 내 머릿 속에 스쳐간 사람은 그때 봤던 푸른색의 머리를 가진 아이돌. 이름이 나츠무…였나. 왜 그 사람이 떠오르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나는 정신을 차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들어온 사람은 작가님과 카메오 역할을 할 사람…을 보자마자 나는 놀랐다. 그 사람이었다. 나츠무라는 그 아이돌 말이다. 이건 우연인걸까? 우연이라 생각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작가님이 나츠무를 골라온 것 또한 우연이고 우리 둘이 만난 것도 우연인거다. 나는 애써 정신을 차린 채 입을 열었다.
“어레? 작가님? 그리고 그 옆은…”
“오늘 카무이랑 호흡을 맞출 카메오 역인 나츠무 양이야-”
“헤에…이번에도 배우가 아니라 아이돌을 섭외하셨나보네요-”
“그러는 편이 재미있잖아-? 아참, 둘이 이야기 좀 해봐- 짧지만 호흡을 맞추는 건데 서로 대화를 좀 나눠봐야지않겠어? 좀 이따가 찾아올테니깐-”
그렇게 말하고는 작가님은 웃어보이며 대기실을 나갔다. 저거 분명 즐기고있는 게 분명하다. 긴장한 티가 팍팍 나는 게 정말 데뷔한 지 몇 분 안된 것 같은 신입 같아보였다. 내가 그렇게 긴장할만한 사람인건가. 머리 속으로 고민하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참나…이렇게 놓고 가버리면…저기.”
“…아, 네!”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거든. 너, 최근에 유명세를 타고있는 아이돌 그룹 맞지?”
“맞아요…이름은-”
“이름은 아까 들었잖아? 나츠무라고.”
“그렇네요…저기, 준비 중인데 갑자기 죄송합니다…”
“아니, 뭐- 익숙해서 괜찮아-”
나는 익숙하게 반말을 하며 말을 꺼냈다. 그리고는 표정을 확인했다. 아, 저 표정 지난 번 아이돌 녀석한테서도 봤던 표정이다. 예의 따위 지키지 않은 채 반말 찍찍해대는 그런 짜증난다는 표정말이다.
“지금말이야- 자기가 엄청난 후배인데 반말 찍찍해가면서 예의를 안 차리는거냐…라는 생각했지?”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표정 연기라고는 전혀 없는 모습을 내게 보였다. 표정 하나 조차 감추지 못하는 애랑 연기를 하라니, 이번 것도 실패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맞나보네.”
“저기…”
“신경 안 써. 원래 나, 존댓말 같은 거 잘 못하거든- 특히, 동갑인 녀석한테는 말이야-”
내가 나츠무와 동갑인 건 이미 알고있었다. 작가님은 항상 나와 같은 나이에 아이돌을 붙이는 것을 재미로 즐기셨다. 그래서 나츠무 또한, 동갑인 걸 눈치채고있었다.
“작가님, 내가 어렸을 때부터 동갑 카메오 붙이는 거에 재미붙으셨거든.”
“그런가요…?”
“너도 편하게 반말해도 돼. 나 그런 거 별로 신경 안쓰거든.”
“아…으응-”
“뭐 마실래? 콜라나 주스…아, 푸딩-”
“푸딩!”
냉장고를 뒤지다가 밝고 큰 목소리에 나는 놀라 나츠무에게 시선을 향했다. 나츠무 자신도 자기가 큰 목소리로 외친 것을 자각한 것인지 하얗기만했던 피부가 어느새 천천히 붉게 물들었다.
“미…미안…”
“아니…너, 푸딩 좋아해?”
“으응, 없으면 안 될 정도라서…”
“그렇게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봤네…자, 먹어-”
나는 익숙하게 스푼과 함께 푸딩을 건내주었다. 나는 포도 주스를 마시며 나츠무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표정은 정말 신기 할 정도로 금새 금새 바꿔나가는 나츠무였다. 한 입 넣자마자 부끄러워하고 긴장하기만 했던 표정과 태도가 푸딩의 말랑함처럼 금새 풀어졌다. 표정은 정말 색달랐다. 환한 웃음에 오물거리는 그 입이 되게 눈에 아른거렸다.
“으으음-!”
되게 맛있던 것일까나. 감탄사까지 붙이며 오물거리자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그런 나츠무의 모습에 귀여움을 느껴 웃어보였다. 저렇게 기뻐하니, 왠지 냉장고 안에 있는 푸딩을 다 주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냉장고 안에 있는 푸딩, 다 가져가- 나는 언제든지 먹을 수 있으니깐. 그보다, 좀 이따 촬영 때 잘 부탁해, 나츠무-”
“…고마워, 카무이- 많이 부족하지만 잘 부탁해-”
그런 말을 꺼내며 나와 나츠무는 시간이 흘러 서로 연기를 시작했다. 나는 익숙하게 연기를 시작했지만, 긴장하여 실수를 할 것 같았던 나츠무는 실수 하나 없이 매끄럽게 대사를 이어나갔다. 마치, 각본 안에 있는 인물과 동화된 것을 한번에 온 몸으로 느꼈다. 표정, 행동 그리고 말투까지 완전히 그 인물에게 빠져들어갔다. 그렇게 나츠무와의 대사를 이어갈 때마다 심장이 뛰는 것을 제대로 느꼈다. 도대체 이 두근거림은 뭘까하는 복잡한 생각과 함께 연기가 끝나자 슬레이트 소리와 함께 나는 뒤를 돌아 바로 현장을 벗어났다.
“하아…하아…이게 뭐야.”
미친 듯이 뛰고있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스태프들에게 둘러쌓여있는 나츠무를 쳐다보았다. 작가님과 인사를 한 후 여러 스태프들에게 고맙다는 말과 함께 미소를 지어보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눈이 마주치자, 나츠무는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푸딩을 먹었을 때보다 더 환한 미소를 나에게 지어보냈다. 아니, 나에게 보냈다고 하지않았더라도 나는 그 미소를 제대로 보았다. 나츠무의 미소를 보자마자 다시 심장이 뛰기시작했다. 그리고는 서서히 눈치를 채갔다.
“미쳤어…그것도 저 나츠무한테…”
사랑이라는 이름을 얻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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