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나츠 요괴AU입니다.
얼떨결에 제물로 받쳐지고는 갈 곳도 사라진 마당에 이 곳에 머무르게 됬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벌써 이 곳에서 지내게 된 지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몇일 동안은 이 곳이 정말 요괴들이 사는 세계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 나를 위해 카무이는 처음부터 이 곳이 요괴들이 사는 세계라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얼떨결에 카무이가 나에게 건낸 손을 몇 번 힐끗하고 쳐다보고는 그 손은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러자 그 틈을 노린 것일까나. 카무이는 내 손을 잡아당겨 그대로 허리를 끌어안았다.
“자..잠깐?! 이거 놔봐-!!”
“가만히 좀 있어봐- 보여주고 싶은 곳이 있어-”
“아니 그래도 갑자기 그렇게 안으면 당황스럽거든-!?”
“익숙해지면 되겠네-! 앞으로 이런 일, 많을테니깐-”
“익숙해지고 그게 문제가 아니야-!”
“바둥거리지마- 그러다가 떨어지면, 나츠무만 손해다-?”
그 말에 바둥거렸던 몸을 멈추었다. 그런 내 행동이 웃겼던 것일까나- 환하게 웃어보이는 카무이다. 저렇게 웃으니깐, 되게 이뻐보이기도 하고… 아니-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대로 나를 안아든 채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카무이다. 짧지도 길지도 않았다. 단순히 신사 뒷 편이었다. 신사 뒷 편에 도착하자 내 눈에 펼쳐진 건 내가 오랫동안 보아왔던 풍경이 아니었다. 마치 다른 마을의 풍경을 보는 듯 했다. 큰 호수가 가운데에 자리잡은 채 그 주위를 작거나 큰 여러 신사가 감싸고 있었다.
“인간이 온 건 처음이지만… 너가 사는 세계랑은 전혀 다른 곳이야.”
“하지만, 난 분명 인간 세계에 있었는데…”
“나도 그게 의문이지만- 어쨌든 와버렸고, 내 제물로 받쳐졌으니깐 내 꺼로 결정-!”
“네 꺼가 아니라니깐…”
“하하- 너가 인간 세계에서 본 신사들은 단순한 껍데기일 뿐이야. 본체는 너가 보는 것처럼 이 요괴 마을 속에 있는 신사인거지. 너희 마을의 작은 신사도 사실 상 내가 만든 작은 껍데기에 불과해-”
“그런거야…? 그럼 저 신사는-?”
나는 저 멀리 호수를 둘러싼 신사 중 하나를 골라 가리켰다. 그러자 카무이는 자세히 쳐다보고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아마, 우리 옆 마을의 신사일걸-?”
“우왓, 진짜-? 옆 마을이랑 우리 마을 사이 진짜 안 좋은데…”
“인간들 사이가 안 좋다고해서 우리 요괴끼리도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야-”
“그렇구나… 그보다, 내가 여기에 왔다고해서 마을에 비가 내릴까?”
“…인간들은 이래서 바보야-”
그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뜬 채 깜박였다. 그리고는 나를 내려주고는 바닥에 철푸덕 앉아보이는 카무이다. 흙바닥에 나를 앉히기에는 조금 그랬던 것일까나- 자신이 입고있던 겉옷 하나를 바닥에 깔아주고는 탁탁- 바닥을 쳐보이는 카무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바닥에 앉아 카무이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다 해결한다고 생각한다는 게 멍청한 짓인거지-”
“그럼…?”
“자연이 모든 걸 해결해주는거야. 우리는 단지, 마을에 세워진 신사로써, 태어난 요괴로써, 그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의 역할밖에 없는걸.”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이렇게 사람을 제물로 바쳐가면서 기우제를 지낼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 이상한 스님은 도대체 정체가 뭐였던걸까.
“예전부터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건 여러 마을의 방식이기는 했지만… 최근들어 다른 마을도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곳이 늘었다고 하더라고. 아마, 나츠무도 그런 식으로 온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원래 우리 마을은 곡식이나 고기로 공물을 받쳤으니깐.”
“그럼- 나츠무는 왜 온거야?”
“이상한 스님이 마을에 찾아왔어. 그때 마침, 흉작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런가…마을 사람들은 그 스님의 말대로 여러 일을 했더니 마을에 좋은 일이 생겼고 그 스님을 믿게된거야. 그래서 흉작이 오지않도록 공물을 바치기 전에 살아있는 소녀로 제물을 받쳐야한다고해서 내가 여기로 왔어.”
“가족들이 반대 안했어-? 인간은 가족이라는…구성원을 가진 채 살아간다고 알고있는데.”
“아…사실, 난 고아거든- 부모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도 모르고- 마을 이장님한테 맡겨진 채 자라왔어. 가족이 있는 소녀보다는 가족이 없는 고아가 낫다고 생각한거지-”
내 말에 카무이는 아무 말이 없었다. 오히려 나를 쳐다보고는 묵묵부담이었다. 설마, 지금 나를 위로하는걸까나- 나와 같은 인간도 아니고 다른 존재인 요괴인 카무이에게 이렇게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고있는 지금이 뭐랄까, 가슴이 따뜻했다. 인간보다는 요괴가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나도 가만히 카무이를 쳐다보고는 살짝 웃어주었다. 그러자, 카무이는 내 머리를 살짝 손을 올리자 따스한 무언가가 나를 감싸는 기분이 들었다.
“당분간은 숲 속에 돌아다니지마-”
“어, 왜?”
“함부로 인간이 요괴의 지역을 돌아다닌다는 게 알려진다면, 꽤 위험해질 거야- 나처럼 착한 요괴만 있는 게 아니라, 정말로 산 사람을 제물로 받아 먹어치우는 요괴도 있거든-”
그 얘기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걱정하지마-! 나츠무는 내 신부니깐- 아무도 안 잡아먹을 거야-!”
“잠깐, 누가 네 신부라는거야-? 난 허락조차 안했는데?”
“나한테 온 거니깐- 내 마음대로 해도되는거잖아-?”
그렇게 말하고는 웃으며 성큼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카무이다. 한순간에 가까워진 탓인지 얼굴이 너무나도 자세하게 보였다. 진짜 보면 볼수록 이쁜 미남이라는 것이 머리 속에 맴돈다.
“가…가까운데-?”
“헤에- 이런 거에 약한거야?”
웃으며 더 가까이 다가오는 카무이의 태도에 나는 어버버거리다가 손으로 얼굴을 막았다. 그러자, 카무이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잖아-!? 거의 한 시간 전에 만났고-!”
“같이 살면서 여러 가지 해보면서 알아가도 되는걸-?”
“그건 아니지-!! …그래! 친구! 친구로 시작하면서 알아가자-!!”
“에에….재미없어-”
“보통은 친구로 알아가면서 시작하거든…!? 너가 내 꺼라는 거에는 반박안할게! 그러니깐, 친구로 시작하자..?”
친구부터 시작하는 말이 카무이는 별로였나보다. 하지만, 여러 사정(?) 끝에 나와 카무이는 친구 사이로 남기로 했다. 그리고 갈 곳이 없는 나를 카무이가 이 신사에 들여보내주었다. 같이 자자고하는 카무이를 말리고서야 다행히 각방을 쓰게 되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그리고 지금이라는 시간이 다가왔다. 1주일동안 신사에만 갇혀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카무이는 모를 것이다. 그렇다고 신사 안에서만 살기에는 생필품이 필요했고 그 계기로 밖을 향해 나가려고 했지만, 어디서 눈치를 챈 것일까. 카무이는 필요한 게 있다면 자신에게 말하라며 옷, 신발 등등 여러 가지 것들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그것도 괘 고급품으로 말이다. 비싼 것들이라는 것을 알고있기에 처음에는 쓰는 게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사실이다. 일주일라는 짧으면 짧은 시간, 길다면 긴 시간이라는 이 시간에 나는 이 고급품이란라는 물건들에 익숙해져갔다. 지금은 편안하게 입고 다닌다.
“하아…심심해- 어디 구경이라도 가고싶은데..”
신사 밖으로 나가지말라는 카무이의 말이 있기는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는 것 정도는 괜찮지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금방 갔다왔다가 빨리 신사 안으로 들어오면 더더욱 문제가 없다. 그 생각에 겉옷을 챙기고는 신사 뒷 문을 이용해 천천히 밖을 나섰다. 정말 조용한 숲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다만, 내가 알던 숲 속과는 다르게 분위기가 영롱하다는 것 밖에 없다. 그렇게 주변을 둘러보다가 결국 나는 길을 잃어버렸다.
“그냥 가만히 신사에 있을 걸 그랬나… 길치 본능이 여기서 나타나면 어쩌자는거야..!!”
마을에서도 소문난 길치였다. 아는 곳이면 그나마 빠르게 탈출 할 수 있지만, 내가 모르는 곳이라면 난 이 곳을 밤새서라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모른다면 직진(?)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게 나는 직진을 하다가 내 앞에 새로운 것이 나타났다. 큰 호수 아니, 연못 비슷한 게 보였다. 내가 신사 뒷 편에서 본 그 큰 호수와는 달랐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고있을 때 쯤, 내 옆에 무언가가 슬금슬금 다가왔다.
“꽤 신기한 냄새가 난다했더니, 인간 계집애였나.”
고개를 돌리니 연보라색의 긴 천을 머리에 걸친 채, 파란 기모노를 입고있는 한 남자였다. 그것도 왼쪽 눈을 안대로 가려진 채였다. 다만, 카무이와 다른 점이 있다면 카무이는 동물의 꼬리였다면 이 사람은 용과 같은 비슷한 꼬리를 지니고있었다. 귀는 물고기의 지느러미와 매우 흡사했다. 거기서 나는 책으로만, 글로만 보아왔던 전설적인 존재인 교롱을 처음 직접 두 눈으로 마주했다.
“허..? 교..룡..?”
“날 아는가.”
“전설로만 나온다면 전설의 포켓…아니 요괴…”
나를 빤히 쳐다보고는 언제 손에 들고있던 것인지 자연스럽게 곰방대를 피워보이면 입 밖으로 곰방대의 연기를 내뱉는다.
“그보다, 이 곳에 인간 계집이라니… 꽤 오랜만에 보는군.”
능청스럽게 웃으며 곰방대를 피워대는 모습에 시선을 빼앗긴 것일까나.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렇게 나와 그 교룡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저기요, 교룡님…?”
“뭐냐.”
“그…꼬리 한 번 만지면 안될까요…?”
매끈해보이는 저 꼬리의 감촉이 궁금했다. 이 상황에 꼬리를 만져보겟다니 나도 참 이상하다. 교룡은 아무 말이 없어서 바로 거절 당했나싶었지만, 조용히 내 앞으로 꼬리를 내어주는 교룡이다. 그 모습에 나는 고맙다는 말은 연신해대며 천천히 꼬리를 쓰다듬었다.
“미끌미끌이 아니었어! 매끈매끈이야! 카무이 꼬리 만지는 거랑 완전 차원이 다르네… 털이 없어서 그런가?”
“카무이…? 어이, 너-”
교룡의 딱딲한 말투에 나는 만지고있던 꼬리에 손을 바로 때버렸다.
“아..그게..너무 만졌죠..? 죄송합니다, 그게 생각하던 것보다 매끈해서-…”
“금방, 카무이라고 했나?”
“아…네- 카무이..라고 했는데요? 무슨 문제라도…”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교룡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씨익하고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그렇군, 너가 그 소문에 신붓감인가- 그 녀석도 곤란하겠구만. 신붓감이 멋대로 돌아다녀서 말이지.”
“네!? 신붓감이라니-… 저랑 카무이는 친.구.사.이거든요-?”
“이미 네 소문은 그렇게 퍼져나갔다.”
“아악-!! 카무이-!!”
카무이, 정말 신붓감이 아니라 친구라고 내가 여러 번 세뇌시켜놨는데 또 신부라고 말하고다닌거야!? 진짜…신사에 돌아가면 뭐라 한 소리 해야겠다.
“후우…그보다, 교룡님 이름이 뭐에요?”
“…타카스기 신스케다.”
“저는 나츠무에요- 그보다, 카무이랑 아는 사이에요?”
“뭔 잘 안다면 잘 아는사이지.”
“카무이한테도 친구가 있었구나… 자기 얘기를 통 안하는 녀석이거든요-”
나는 그렇게 천천히 카무이의 대한 이야기를 꺼내갔다. 누가보면 정말 말 많은 사람으로 보일 정도다. 하지만, 타카스기 씨가 말을 하지않고 나만 말을 하고있으니 그렇게 보이는 게 뻔하다.
“정말- 한 번 정도는 밖으로 보내줘도 괜찮잖아요-? 이유를 물어봐도 말도 안하고-”
“그보다, 좀 있으면 그 녀석이 찾아온다.”
“그 녀석이요? 아-”
멀뚱히 타카스기 씨를 쳐다보다가 내 몸이 갑자기 뒤로 쏠렸다. 그러더니 타카스기 씨는 이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아무런 표정 없이 내가 아닌 내 뒤에 있는 어떠한 사람을 쳐다보고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리니, 웃는 얼굴의 표정을 한 채 나를 쳐다보는 카무이가 내 뒤에 서있던 것이다.
“오랜만이군.”
“그러네- 몇 십년만에 만나는건가? 그보다, 나츠무가 왜 신스케랑 있는거야?”
“아하하…그게 길을 잃어서…”
“내가 신사 밖으로는 나가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하지만, 신사 안에서만 있으라니… 답답하단말이야-”
“그 여자 말이 맞다. 본래 인간인 녀석의 냄새를 지우기위해 계속 그 곳에만 감금같이 지내게 만드는 건 무리 아니겠나. 인간은 자고로 우리와 다르게 몸을 움직이는 동물이란 말이지.”
냄새? 그러고보니, 카무이도 타카스기 씨도 처음 만났을 때, 냄새가 어쩌구 저쩌구 했던 것 같다,.
“카무이- 냄새라니? 그게 뭐야?”
“신경쓰지마- 가자, 나츠무- 나츠무가 먹고싶어하던 그 경단이란 거 사왔어.”
“카무이.”
나의 손을 잡고 끌고가려는 카무이를 불러세운 타카스기 씨의 목소리에 카무이가 멈춰섰다.
“제대로 알려주는 게 그 여자…아니 나츠무한테도 좋을거다.”
“신스케, 내 일은 내가 해결할게.”
그런 말 한 마디에 카무이는 나를 가볍게 안아든 채 신사로 향했다. 도대체, 냄새의 정체가 뭘까. 그렇게 궁금증만 가진 채 나는 물어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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