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무나츠 요괴AU입니다.
꽤 오래 전부터 현재까지 우리 마을에 놓여져있는 작은 신사가 있다. 사람이 살까말까한 오래된 신사다. 큰 마을에 작은 신사는 부자연스러웠지만, 마을 사람들이 이 작은 신사를 정성껏 보살피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신사 앞에 가서 절을 한다거나 소원을 비는 일이 자자했다. 또한, 옛날부터 비가 내리지않아 곡식들이 말라비틀어버릴 때가 있다면 마을의 곡식과 음식들을 갖다바치는 그런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번 년도에도 비가 내리지않아 사람들이 걱정하던 찰나, 마을에 한 스님이 찾아왔다. 그러자, 마을 이장님한테 하는 소리가 공물로써 사람을 바치지않으면 이 마을은 망한다. 그러니 일주일 후, 밤 10시 마을 신사에 한 소녀를 공물로 바쳐라- 라는 정말 이상한 소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진짜이니 거짓이니 판단할 시간이 없었다. 사람 여러 명을 살리기 위해 사람 한 명, 그것도 소녀 한 명이 희생되어야했으니 말이다. 사람 한 명으로 여러 명을 살린다는 그 말에 마을 사람들은 소녀 한 명을 고르기에 바빴다. 하지만, 감히 자기 딸을 쉽게 내놓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저라는 건가요?”
“크흠…어쩔 수 없는 이야기란 거 알고있단다- 나츠무.”
헛기침 소리와 함께 내 시선을 피하는 마을 이장님의 얼굴이 보인다. 그와 동시에 주위를 돌아보니 마을 몇몇 사람들도 동의한 것인지 내 시선만 피할 뿐이다. 이런 상황이 어쩔 수 없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가족이 있는 사람보다는 가족이 없는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게 더 마음이 편안하다는 거다. 그 말 그대로- 나는 부모가 없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전혀 모르는 그런 고아다. 이 마을에서 자라게 도와준 건 이장님이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밥값이라도 하자는 생각이 들었을까.
“할게요.”
“그래…응? 지금 뭐라고…”
“그 제물이라는 거- 제가 할게요. 가족을 망가뜨리는 것보다 혼자인 저를 망가뜨리는 게 나아요.”
“나츠무-…”
“내일 모레라고 했죠-? 그때까지 준비해놓을게요. 그럼-”
그렇게 내 마지막 날이 빠르게 다가왔다. 내가 제물이 되었다는 것이 마을 전체에 퍼지게되자, 몇몇은 나를 피하는 것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몇몇은 나를 평소보다 잘 대해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제물로 바쳐지는 그 날, 그 밤이 다가왔다.
“준비는 다 됐니-?”
“뭐, 오면서 다 확인해서 빠진 건 없는 것 같아요.”
하얀 천으로 온통 몸과 머리를 뒤덮고는 신사의 계단 앞에 섰다. 그러자 바람에 휘날려 머리에 쓰고있던 하얀 천이 천천히 벗겨졌다. 밤이라고 치기에는 마치 낮의 하늘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만드는 하늘색의 단발 머리가 천천히 휘날렸다. 이 계단을 올라서면 난 정말로 마지막 날의 인생을 보내는 것이다. 끝도 보이지않는 신사 계단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자- 어서 가. 10시에 맞춰 못가면 큰일나는 건 우리야.”
“네네- 어차피 죽을 사람이니깐 이제 막 대해도 되는건가요-?”
“쓸데없는 소리하지말고 얼른 올라가-!”
크게 호통치는 한 마을 남자가 등을 밀어냈다. 그러자, 계단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했지만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넘어지지는 않았다. 나는 그 사람을 향해 짧게 혀를 차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섰다. 그리고는 나를 데려다 준 사람들 마저 천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밤이라고 해도 이렇게 긴 계단을 올라서며 힘든 건 당연하다. 심지어는 겹겹이 입은 이 하얀 옷들이 너무 더워 벗어던지고 싶을 정도였다.
“후- 더워 죽겠다… 이러다가 도착하기도 전에 죽는 거 아닐까나… 그보다, 신사가 원래 이렇게 높았나? 한 30분 정도 걸은 기분인데…”
위와 아래를 번갈아쳐다봐도 보이는 건 돌계단 뿐이다. 내려가봤자, 왜 다시 내려왔냐면, 마을을 망하게 할 셈이냐- 이런 말을 들으며 죽도록 욕을 듣는 것보단 계속 올라가다가 배고파 아사하는 것도 괜찮겠지. 어쨌든 신사에 올라가는 계단이니깐 신사가 나오기는 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계속해서 올라갔다.
“하…하아- 드디어 도착했다…”
결국 계단의 끝에 도착했다. 거친 숨을 천천히 내뱉으며 앞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내 앞에는 커다란 신사 하나가 자리잡고 있다. 그 신사를 보며 나는 무언가의 이질감을 느꼈다.
“신사가 이렇게 컸나?
“아니- 원래 인간들한테는 작은 신사로 보이거든-”
“그렇지? 내가 알고있는 신사는 분명 작…으엣-?! 누구-!?”
혼자 중얼거린 말에 누군가가 되받아친 것이다. 그것도 이 늦은 밤 조용한 시간에 아무도 없는 신사에서 말이다. 뒤에서 들려왔던 목소리에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붉은 도리이 위에 어느 한 남자가 편안한 자세로 앉아있는 것이다. 그것도 이 마을에서 전혀 못 본 얼굴이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분홍색과 주황색이 적절하게 섞인 머리에 곱게 땋은 긴 머리, 심지어 본 적은 없지만 귀로만 들었던 것과 같이 푸른 바다와 같은 짙은 푸른 눈, 장식인지 진짜인지 구분이 안가는 동물 귀를 한 사람이었다.
“누…누구?!”
“정확히 말하자면…여기 주인-?”
“주인이라고…? 하지만, 여기 신사에는 아무도 안 사는 걸로 알고있는데-…”
“아무도 안 살지- 정확히는 인간이 보는 세계에서는 말이지. 요괴 세계에서는 옛날부터 현재까지 쭈욱- 살고있는걸?”
그 남자 입에서 나온 단어에 나는 눈만 깜박거렸다. 요괴- 책이나 이야기로만 들었던 요괴가 실제로 있던 것일까나. 아니, 그것보다 실제 요괴가 있기는 한걸까. 저 사람도 사실은 진짜 귀가 아니라 장식용 귀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평범한 인간으로 밖에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보다- 항상 매년 먹을 걸 보내더니, 이번엔 왠 인간이래-?”
도리이 위에 앉아있던 남자는 지면을 향해 천천히 내려와 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거의 한 발자국 남았을 때, 남자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너- 정체가 뭐야?”
“나? 제물로 받쳐진 사람인데…”
“제물-? 그런 거 받치라고 한 적도 없는데… 최근에 여러 신사에서 인간 제물이 올라온다더니… 요물의 짓인가.”
도대체 무슨 소리지. 요물? 여러 신사? 그보다,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안가는데!? 도망쳐야되나? 그렇다고해도…지금 마을로 내려가봤자 욕만 먹을테고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그렇게 머릿 속에 고민이 가득찰 때 쯤, 남자는 싱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 신사에 받쳐진 제물 같은 거랬지-?”
남자는 남은 한 발자국을 그대로 남긴 채 한 손으로 내 턱을 살며시 잡아 올리며 그대로 자신과 시선을 맞추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뭐라 한 마디도 못 한 채 어버버거리던 나는 가만히 남자와 시선을 맞췄다.
“제법 인간 주제에 맛있는 냄새도 나고-”
“…냄새? 너, 변태야…?”
“변태라니- 그런 이상한 인간들이랑 취급하지 말아줄래-? 엄연히 정상적인 상식을 가지고있는 요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잡고있던 내 턱을 천천히 놓아주는 남자다.
“그보다- 재미있네. 어차피 제물로 바쳐진 거면 내꺼라는거니깐- 이참에 진짜 내 꺼하는 거 어때?”
“싫어. 누가 멋대로 네 꺼래? 나는 내 거거든?”
내 대답을 눈을 크게 깜박이고는 꽤 호탕하게 웃어보인다.
“하하- 너 진짜 재미있다, 이름이 뭐야?”
“…나츠무-”
내가 이름을 말하자마자 남자 주위에는 하얀 연기로 천천히 뒤덮히더니 그대로 형태가 사라져갔다. 그리고는 내 앞에 서있는 남자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있었다. 나와 같은 사람의 형태였지만, 뒤에는 하얀색의 복복슬복슬한 털로 뒤덮힌 아홉 개의 꼬리가 생겨난 것이다. 마치 인간의 모습에서 요괴의 모습으로 변하는 그런 모습을 처음 봤다. 그보다, 저 남자…진짜 요괴였던 거였구나!? 세상에- 죽기 전에 요괴를 보다니 이게 행운이라고 해야할지 불운이라고 해야할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다.
“나츠무라고 하는구나- 내 이름은 카무이, 잘부탁해-”
그게 인간인 나와 구미호 요괴인 카무이의 첫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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