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평범하게 흘러가는 일상 사이에 숨어든 일상 하나가 생겨났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나운서가 방송하는 날씨 뉴스를 가만히 바라보며 언제나 그랬다는 듯이 달력을 살펴보았다. 행사가 많은 5월이 지나가며 6월 첫째날. 6월 1일이 다가온다. 사실 6월 1일이라는 이 날짜도 예전의 나에게는 전혀 상관없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분명 그랬었지. 사귄지는 꽤 시간이 지나 거의 없으면 안되는 존재로써 나의 곁에 있어주는 그 사람, 카무이. 우주 해적의 유명인사인 하루사메의 야토를 다루는 7사단 단장이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전혀 모르지만 젊은 나이에 제독까지 자리를 차지한 그런 사람과 나는 연인 사이가 되었다. 처음 그 사람과 만난 것도 정말 우연의 일치였다. 하지만, 사실 난 그게 운명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런 자잘한 소개 같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6월 1일이 다가온다는 것이 중요하다. 6월 1일은 카무이의 생일이다. 생일이라는 건 1년에 딱 한번 뿐이 아주 역사적인 날이다. 그런 날에는 뜻깊은 서프라이즈라도 해주고싶은 생각이 잔뜩 들었다.
“이게 뭐야… 이상한 생명체를 만들어버렸잖아. 분명, 레시피랑 똑같이 만들었는데…?!”
손에 쥐어진 책 한권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탁자 위에 놓여진 새까만 덩어리를 쳐다보았다. 그렇다. 저 새까만 덩어리는 카무이의 생일로 내가 직접만든 수제 케이크다. 그런데, 수제 케이크라고 보기에는 전혀 그렇지않다. 오히려 이상한 물체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평소에도 요리에는 재능이 없다는 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주방에서 하는 일은 거의 전자레인지로 인스턴트 음식을 데우는 일 밖에 없다. 심지어 오늘 처음으로 오븐을 사용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름 순조롭게 만들어지는가 했더니… 전혀 아니었다.
“다시 만들어봐야하나? 실패할 걸 미리 알고 재료를 많이 사둔 나를 칭찬해…”
망한 케이크를 옆에 치워두고 다시 천천히 레시피를 보아가며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주방이 더욱더 엉망이 되기 시작했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케이크를 만들 수만 있다면 그건 전혀 상관이 없다. 3시간이 지나고 기대 반과 긴장 반으로 천천히 오븐에서 케이크를 꺼내자 아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케이크가 나타났다. 노란빛으로 잘 구워진 케이크가 보이자, 너무나도 기뻤다.
“와..! 드디어 성공했어! 이정도면 카무이가 먹었을 때 아무 문제도 없을거야! 이제 꾸미는 것만 남았다…”
카무이가 이것을 먹고 제발 기뻐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득 담은 채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액체 상태의 생크림을 열심히 휘젓기 시작했다. 6월 1일, 드디어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아니 정확히는 카무이의 생일이 찾아왔다. 카무이도 자기 생일이라는 걸 알고있는 것인지 그 날에는 나랑 함께하고 싶다며 연락을 하기도 했다. 마침 편의점 알바도 휴가를 내고 몇일 시간을 비워놨다. 카무이랑 같이 있는 시간은 많이 만들어놓았다. 나는 손수 직접만든 케이크를 상자 안에 집어넣은 채 커다란 함선 앞에 서보였다. 카무이가 타고다니는 함선은 언제봐도 크고 웅장했다. 내가 오는 시간은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문을 그냥 열려있었다. 나는 그 문을 살며시 열면 안에 들어서자 익숙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며 카무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점점 카무이의 방으로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긴장감에 손에 땀이 차는 기분이 든다. 분명, 카무이는 생일이기에 내가 만든 케이크보다 더 유명하고 맛좋은 케이크를 받아오고 먹어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유명 요리사의 음식을 먹어보았다든가 말이지. 하지만, 나는 지구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하고도 싼 재료로 만들어낸 평범한 수제 케이크일 뿐 이런 걸로 카무이가 좋아할지 그게 의문이다. 카무이가 항상 있는 방 문 앞에 서서 나는 숨 한번 크게 들이내쉬고는 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밝은 목소리와 함께 밝은 미소로 문을 열어주며 카무이가 나를 반겼다.
“어서와, 나츠무쨩-! 오느라 힘들었지?”
“으응, 전혀 안 힘들었어- 다들 항상 착하게 반겨주시니깐.”
“그렇다면 다행이다. 일단 들어와-”
카무이의 에스코트에 나는 천천히 방 안에 들어섰다. 이 곳은 언제나 항상 똑같았다. 카무이가 앉아서 서류를 보는 책상과 이 곳에 놀러오면 나를 위해 설치해놓은 탁자와 의자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카무이가 일하는 곳인데 침대까지 있는 이유는 가끔 이 곳에서 같이 잠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냥 자기만 한 적은 없긴 하지만, 일단은 함선에 놀러오면 이 곳에 오래있는 곳이기에 이런 용품들이 눈에 자잘하게 보였다.
“맞아, 카무이- 생일 축하해!”
“고마워, 나츠무! 이렇게 나츠무한테 축하받으니깐 이번 생일은 정말 특별하겠는데?”
“그냥 평범한 생일 축하 인사인걸. 그리고 이거 선물인데-…”
나는 카무이에게 케이크 박스를 건내주었다. 평범한 케이크 박스에 카무이는 웃으면서 받아주었다. 그리고는 케이크 박스를 천천히 뜯더니 내가 만든 케이크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입을 열었다.
“직접…만든거야?”
“응… 카무이 생일이니깐, 한번 정도는 케이크 만들어주고싶었어. 혹시 마음에 들지않-…”
“이거 못 먹을 것 같아. 나츠무가 처음 만들어준 수제 케이크인데 어떻게 먹어야하는지…”
“그냥 먹어도 되는걸?! 나..나중에 또 만들어줄게.”
“고마워, 나츠무. 이번 생일은 정말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
카무이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꽉 안아주었다. 전혀 숨이 막히지도 않고 나를 배려해주는 그런 카무이의 행동에 나도 카무이를 꽉 안았다. 카무이가 기뻐해서 다행이다. 그런 카무이는 웃으면서 내가 만든 케이크 상자를 열어보이더니 환한 미소와 함께 케이크를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케...케이크 안 먹을꺼야..?"
"먹어야되는데- 같이 먹을꺼지?"
"응, 당연하지-!"
그렇게 웃으며 나와 카무이는 케이크를 함께 나누어 먹었다. 내가 그 동안 먹은 케이크 중에 제일 달달한 케이크였다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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