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카무이의 기분은 매우 몹시 안 좋았다. 사실 이 전까지는 분명 기분이 좋았다. 물론 어떤 양아치 같은 사람이 카무이에게 시비를 걸어도 그 사람을 죽이든가 병원 신세를 만들어 놓았겠지만, 자잘한 것 몇 개 정도는 그냥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카무이는 기분이 좋았다. 심지어, 부단장인 아부토 마저 그런 카무이의 상태를 보고선 항상 있던 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 상태가 기분이 좋았던 상태였고, 지금의 상태를 본다면 분명 아부토는 한숨을 내쉬어 보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나 기분이 좋았던 카무이의 기분이 왜 갑자기 급격하게 변화한 것일까. 그건 카무이가 현재 빤히 쳐다보고 있는 한 사람 때문이었다. 카부키쵸 거리, 어느 한 편의점에서 정규직인지 알바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점장인지 사장에게 꽤 좋은 신뢰와 인지도를 받고있는 알바생 때문이었다. 그 알바생의 이름은 ‘나츠무’ 였다. 하늘색의 단발머리와 환한 미소가 마치 햇살 같은 느낌을 주었다. 그런 나츠무의 매력을 알고는 몇몇 사람들은 나츠무의 미소와 얼굴을 보기 위해 편의점에 찾아오는 사람도 꽤 있었다. 그 덕분에 편의점 매출도 올랐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어쨌든, 카무이는 자신과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알바생인 ‘나츠무’를 바라보며 내심 속으로 안좋은 기분을 썩히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미안해, 카무이- 갑자기 대타를 맡아달라는 전화가 와서-”
“어쩔 수 없잖아. 그 시간에 비는 건 나츠무 뿐이라고도 했고-”
“하지만… 카무이가 모처럼 오랜만에 지구에 와서 나랑 같이 있는 시간일 텐데, 괜히 그 시간을 빼앗는 것 같아서-…”
“이참에, 나츠무 편의점에서 기다리지 뭐- 어차피 몇 시간만 하는 거잖아? 그때까지 기다리고 남은 시간 동안 나츠무랑 놀면 돼-”
“카무이…고마워-.”
그랬다. 카무이는 나츠무와 놀기로 했다. 정확히는 데이트- 카무이와 나츠무는 연인 사이었고 물론 몇몇 지인들은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카무이가 오랜만에 지구에 내려와 나츠무와 데이트를 하는 시간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런 중요한 시간에 나츠무에게 대타를 맡아달라는 연락이 온 것이다. 물론 나츠무가 거절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급하게 대타를 맡아 줄 사람이 필요했고 이 상황에 편의점에서 가장 가깝고 시간에 여유가 있는 나츠무가 적합했기에 결국 나츠무는 카무이의 동의로 단 몇 시간만 대타를 맡아주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온 것이다.
사실 카무이는 나츠무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니다. 중요한 시간을 빼앗긴 것도 있지만, 제일 화가 나는 것은 어떻게 나츠무가 대타를 뛰는 것을 알고 온 것인지 나츠무에게 은근슬쩍 말을 거는 녀석들 때문에 화가 난 것이었다. 카무이는 나츠무에게 보여주지 않을 뿐, 제 안의 깊이 눌러앉은 질투심이 가득했다. 이런 마음을 나츠무에게 들킨다면 나츠무가 기겁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카무이는 평상시에도 그 마음을 깊게 눌러앉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편의점 안에서 나츠무의 애인이 우뚝 앉아 서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슨 염치인지 나츠무에게 은근슬쩍 자신의 마음을 들춰내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눈에 거슬렸다. 그렇다고 대놓고 나서기에는 좀 그랬다. 한바탕 난리를 치면 나츠무가 일하는데 영향을 끼칠 수 있고, 그 계기로 나츠무가 카무이를 미워하게 된다면 카무이에게 득이 될 것은 없었다.
그렇기에 카무이는 애꿎은 손을 쥐었다 폈다하면 가만히 테이블에 앉아 타이밍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러다 마침, 나츠무와 카무이의 눈이 서로 마주쳤고 나츠무는 평소와 같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카무이를 향해 미소를 보냈다. 금세 그 화났던 감정은 어디 간 것인지 나츠무의 미소를 보자마자 그 기분이 눈 녹을 듯 스르륵- 내려 앉았다. 편의점 안에 남아있던 손님 한 명이 나가자 넓은 편의점 안에는 카무이와 나츠무, 단 두 명이 남게 되었다. 그 시간을 틈 타 카무이는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츠무에게 다가갔다.
“조금 있으면 끝나니깐-”
“응, 나츠무 끝날 때까지 기다릴 거니깐- 걱정하지 마. 나츠무 일하는 모습도 귀여워서 나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는걸?”
“이... 이상한 소리-… 일하는 모습이 어디가 귀여운 지 전혀 모르겠는걸…”
“알려줄까-?”
카무이는 카운터 건너편에 있는 나츠무의 손을 잡아당기며 그 손등에 익숙하고도 자연스럽게 입술을 맞췄다. 그런 카무이의 행동에 카무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면서도 시선을 손을 향해 있었다. 물론, 카무이가 잡은 나츠무의 손은 여전히 카무이 손 안에 가만히 있었다. 나츠무가 이 손을 빼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카무이는 이미 진작에 잘 알고 있었다. 그야, 나츠무는 마음씨가 착한 사람이니 말이다.
“작은 손이 움직이면서 물건 정리하는 것도 귀엽고 손님들에게 상냥한 미소를 지어보내는 것도 무척 귀여워- 하지만…”
카무이는 말을 끊어내며 자신이 잡고 있던 나츠무의 손을 그대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카운터 사이에서 나츠무 몸이 카무이 쪽으로 잡아당겨지며 카무이에게 안겨졌다. 그 상태로 카무이의 푸른 눈동자가 짙게 깔렸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나츠무의 귓가에 나츠무에게만 들릴 정도로 살짝 속삭였다.
“질투 나거든. 나츠무 미소는 오로지 나만 보고 싶은데-”
그 말을 하자마자 카무이는 평소와 같은 눈웃음을 지어 보이며 나츠무와 살짝 떨어졌다. 그제야, 나츠무의 얼굴이 제대로 보였다. 비록 나츠무가 고개를 푹 숙인 상태였지만, 카무이는 알 수 있었다. 현재 나츠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말이다. 현재 나츠무는 얼굴이 무척 빨간 상태였다. 그런 말을 갑자기 꺼내 보인 카무이도 그랬지만, 나츠무를 저렇게 만든 것은 카무이가 나츠무에게 귓속말을 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평상시와 다르게 살짝 낮은 목소리로 말이다. 그런 목소리와 행동에 나츠무는 신경 쓸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고개를 숙인 채 빨개진 얼굴이 얼른 가라앉기만을 기다렸다. 그대로 시간이 지나지 자연스럽게 얼굴의 열이 사라지는 것을 느낀 나츠무는 숨을 크게 들이내쉬면서 고개를 들어 보이니 가만히 서보인 채 카운터에 팔꿈치를 맞대고는 손바닥으로 턱을 대고 있던 카무이가 빤히 나츠무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 카무이?”
“역시, 나츠무는 부끄러워하는 것도 귀여워-”
그렇게 말하고는 나츠무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카무이는 뒤를 돌아 자신이 원래 앉아있었던 테이블로 걸어갔다. 나츠무는 카무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옅게 홍조를 띄우며 애꿎은 포스기를 만지작거렸다. 사실 카무이의 이런 행동은 카무이의 계획된 행동이었다. 편의점 카운터는 바로 입구와 가깝다. 입구와 가까우면서도 편의점 문에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카운터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있다. 카무이는 그걸 알고서는 그런 계획된 행동을 실행에 옮긴 것이었다. 평범한 미소만 지어 보이던 나츠무가 자신의 앞에서는 이런 표정과 모습을 보인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 말이다. 비록 그런 계획된 행동이 성공이든 실패이든 카무이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츠무의 그런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만족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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