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각 자신마다의 사랑을 지니고 있다. 그 사랑이 올바르며 직진된 사랑이라고 한다면, 다른 사랑은 불결하고도 뒤틀린 사랑이 존재했다. 그렇다면 내 사랑은 올바른 사랑인지, 뒤틀린 사랑인지 알 길이 없었다. 이토록 누군가를 간절하게 원하고 좋아했던 적이 처음이다. 단순, 흥미라고 느낀 게 첫 인상이었다. 푸른 하늘색의 머리를 가진 단발 소녀가 그렇게나 자신의 눈에 아른거린다는 걸 알고나서부터 자연스럽게 눈길을 움직였다. 웃는 얼굴, 집중하는 얼굴, 화내는 얼굴, 슬퍼하는 얼굴 등 그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나의 모습과 마음을 본다면 직진되고 올바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게 내 겉모습일 뿐. 진실된 속모습은 정말이지 불결하고도 어둡고 뒤틀린 사랑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카무이-! 오늘 새로나온 푸딩이 말이지-”
오늘도 변함없이 매달 새로운 맛으로 신제품을 내는 푸딩 가게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다. 겉모습이 살짝 도도한 탓에 이런 달달한 걸 좋아하는 사람인지 전혀 몰랐지만, 사실 곁에서 나츠무를 보고있다보면 정말- 푸딩을 사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달 나오는 신제품 푸딩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거나, 항상 같이 먹는 푸딩의 맛에 대해 극찬을 한다거나 등등 푸딩의 대한 사랑을 정확히 보여주는 나츠무였다. 그런 소소한 나츠무의 사랑에 귀엽게 느꼈다. 그러던 와중,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고있던 우리 둘 사이에 전화 벨소리가 울린 것이다. 내 전화 벨소리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딱 한 명. 나츠무의 전화 벨소리인 것이다. 나츠무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확인을 해보니 금새 잠깐 전화를 받고온다는 말과 함께 조용히 전화를 받아보였다. 중요한 전화인가- 하는 생각과 함께 누구인가하는 궁금증이 생겨 천천히 나츠무에게 다가가자 나츠무는 나에게 눈웃음을 지어보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휴대폰 사이로 흘려들려오는 낯선 사람의 목소리에 살짝 몸이 흠칫했다. 처음 들어보는 낯선 사람 아니, 남자의 목소리가 말이다. 나츠무가 알고있는 사람들 중 사이에서 저런 목소리를 가진 사람은 없었다.
“음…그러면- 내일 오후 1시 정도에 만나요. 네!”
낯선 남자와 약속을 잡은 나츠무의 행동에 나는 나츠무를 가만히 껴안았다. 그러자, 나츠무는 무슨 일이냐며 언제나 같은 상냥한 미소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손길이 정말 따뜻했다. 내 마음까지 녹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그 따뜻한 손길은 내 속마음까지 녹이지는 못했다. 속마음 안에서는 아까의 상황이 계속해서 리플레이되고 있었다. 그 사람은 누구며, 왜 자신이 아닌 다른 남자와 약속을 잡은 것인지 궁금증과 함께 이상한 감정이 막 피어올랐다. 겉모습에서만 나오는 진실된 사랑이 아닌 속마음에서 연기처럼 천천히 스멀거리며 올라오는 뒤틀린 사랑이 말이다. 이대로 나츠무를 찾을 수 없는 곳으로 도망가서 영원히 나와 나츠무, 단 둘이 있을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의 시선을 신경 쓸 필요도 없이 나만이 나츠무를 바라보고 사랑할 수 있으면 된다. 그 동안, 나츠무가 쌓아온 우정과 신뢰 따위도 필요없다. 어차피 나와 함께 한다면 내 사랑만 필요하게 될 테니 말이다. 차라리 이대로 함선에 태우고 우주 저 멀리까지 가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을 계속해서 이어가던 중, 낯선 촉감이 내 볼을 꾸욱- 하고 눌러보이는 것이다. 문득, 다시 정신을 차리며 나츠무를 쳐다보자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는 나츠무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무슨 일 있어? 아니면, 어디 아파?”
“아니, 아무 일도 없고 아픈 곳도 없는데…”
“내가 3번이나 불렀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길래-”
“미안- 생각할 게 있어서-”
“별 일 아니라면 다행이다- 맞아, 나 내일 약속이 있어서 함선에는 늦게 올 것 같아-”
아까 전화한 사람과 잡은 약속인 게 분명했다. 그 약속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나는 무의식적으로 나츠무를 꽉 껴안았다. 나츠무도 그것을 느낀 것인지 작은 웃음 소리와 함께 내 머리를 다정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걱정돼?”
“나 말고 다른…남자 만나러 가는 거 다 알고있는데.”
“카무이, 그거 질투지-?”
“질투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카무이, 너무 귀여워- 걱정 안해도 돼-”
“걱정이 어떻게 안되겠어. 귀여운 애인님이 나 말고 다른 남자랑 약속을 잡았다는데-”
내 말에 나츠무는 웃어보이며 꽉 껴안은 내 팔을 천천히 풀어보였다. 그리고는 익숙한 행동으로 내 볼에 짧게 입을 맞추는 나츠무였다. 갑자기 들어온 볼뽀뽀에 눈을 깜빡거리며 나츠무를 쳐다보았다.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에 나츠무는 입을 열었다.
“궁금하면- 카무이도 따라갈래?”
“에? 약속이라면서-”
“그닥 중요한 약속도 아니고… 사람 한 명 더 와도 문제없는 약속이거든-!”
나츠무의 말에 긴가민가하면서도 여러 생각을 떠올렸다. 괜히 자신이 따라가서 나츠무에게 피해만 끼친다면 나츠무가 나를 싫어 할 가능성이 생긴다는 확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츠무가 먼저 제안을 해보였기에 이왕 따라가서 나츠무한테 집쩍거리는 걸 막을 수 있지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라리 누구에게 뺏긴다는 생각은 정말이지 생각도 하기 싫다. 나츠무가 나를 싫어하게 된다면 그건 다시 좋아하게 만들면 된다. 그리고 지금 상황에서는 나츠무가 나를 절대 싫어할리 없으니깐 말이다. 그렇기에 나는 나츠무의 말을 들으며 같이 약속 장소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이..이게 약속이었어..?”
“응-! 대용량 푸딩만들기 키트배달!”
“…그거 만들어서 먹을려고…?”
“물론, 카무이랑 같이-!”
약간의 긴장을 가지고 나츠무와 함께 약속 장소로 나가니 모자를 쓴 인상 좋은 한 아저씨가 커다란 상자 하나를 건내주며 그 약속이 단 30초 안에 끝나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상자 안에 있던 것은 대용량 푸딩을 만들 수 있는 키트였고, 어제 전화통화를 했던 그 낯선 남자는 바로 택배배달을 하는 아저씨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허무한 진실을 알게 된 카무이는 약간 긴장이 풀린 것인지 숨을 크게 내뱉었다. 카무이의 마음을 절대 알 리가 없던 나츠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무이의 손을 잡았다.
“같이 집에가서 만들래-? 카무이랑 같이 만들어서 먹고싶었어!”
“응, 그래. 택배는 내가 들어줄게.”
“괜찮은데…”
“아냐, 이런 거 혼자 들려면 무겁잖아- 나는 야토라서 가볍게 느껴진다고.”
“그럼… 실례할게-!”
그렇게 나츠무의 미소를 뒤따라가며 천천히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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