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 소재를 준 소낙(@sonaki_) 님에게 감사드립니다!!
밝게 내리쬐는 햇빛에 반투명한 커튼으로 햇빛이 조금씩 집 안에 내려앉았다. 평상시라면 밖에 나가서 산책이라든가 카부키쵸 거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던 오늘 나는 집 안에 틀어박혀있다. 그 이유는 왠일로 카무이가 일찍 일이 끝났다면서 집으로 놀러갈게라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그래서 아침일찍 일어나 시끌벅적하게 집 청소를 시작하였고 현재 지금은 청소를 마친 채 추욱 늘어진 상태다.
"에에...이럴 줄 알았으면 평상시에도 제대로 청소해둘걸... 청소하느라 힘을 다 빼놨어..."
바닥을 기어다니며 간신히 소파 위에 올라가 소파 위를 점령하듯 늘어졌다. 고개를 돌리고는 검은 화면만 보이던 티비를 리모컨으로 틀어보였다. 그러자 티비에서는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진행하질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금방 흥미도 뚝- 떨어졌다. 그러다가 탁자에 놓인 두꺼운 책 한 권이 눈에 들어왔다.
"어? 이거 정리안했구나."
그 두꺼운 책을 보고 치우려던 찰나, 띵동-하고 초인종 소리가 경쾌하게 들렸다.
"네에-"
책을 다시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문 앞으로 다가갔다. 이미 문 앞에 누가 있는지는 알고있다. 나는 아무 의심도 없이 거침없이 문을 열었다.
"안녕- 나츠무."
"안녕, 카무이. 오는데 안 힘들었어? 오늘 햇빛 엄청 쌔던데."
"조금- 그래도, 나츠무 얼굴 보니깐 금방 회복될 것 같아-"
"하하, 그게 뭐야. 얼른 들어와. 금방 맛있는 거 들고 갈게."
"응-!"
나는 나츠무와의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는 문을 닫았다. 몇번이나 왔던 나츠무의 집이라 그런지 익숙하게 안으로 들어섰고 신발을 벗는 도중, 나츠무가 떠올랐다. 제대로 신발과 우산을 정리하지 않으면 혼날 것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있었기에 나는 신발을 벗어 가지런하게 정리하고는 우산까지 우산 꽂이에 넣어보이며 만족한 웃음과 함께 제대로 나츠무의 집 안으로 들어섰다.
"어레? 집 청소를 한 건가?"
깔끔해진 집 안을 보고는 청소를 한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평소에도 깔끔하게 살고있는 나츠무지만 다른 날과 다르게 오늘따라 더 깔끔하는 것을 느꼈다. 설마 내가 온다고 이렇게 청소한걸까나. 나는 살짝 웃고는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러자 바로 눈에 보인 것은 거실 탁자에 고스란히 놓여져있는 두꺼운 책 한권이었다. 뭘까하는 궁금증에 나는 바로 책을 들어 천천히 책을 펴보았다. 그러자 책 안에는 온통 사진으로 가득했다. 그것도 나츠무의 어릴 적 사진으로 말이다.
"...ㄹ...레어템이다..."
나츠무의 어릴 적 사진은 한번도 본 적없는 나에게는 나츠무의 앨범이 꽤 큰 물건으로 다가왔다.
"보라고...놔 둔 건가...?"
나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천천히 책을 넘겼다. 어릴 적 나츠무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않았다. 다만, 옛날의 나츠무는 머리가 길었다. 지금의 내가 머리를 풀며 내려오는 머리의 길이와 비슷할 정도의 길이를 가진 나츠무였다. 머리가 긴 나츠무라니, 뭔가 신선했다. 지금의 단발도 무척이나 이쁘지만 어릴 적의 나츠무도 무척이나 이뻤다.
"미모는...어디 안가는구나- 어릴 때나 지금이나 귀엽고말이지. 음...?"
살짝 미소를 지으며 쪽수를 넘기던 찰나, 사진 하나를 보고 손이 멈추었다. 천천히 떨리는 손으로 한 장의 사진에 살짝 손을 가져다대었다. 그 사진은 나에게 무척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따. 그건 바로, 나츠무가 다른 남자에게 뽀뽀하는 사진이었다. 어릴 적에 누구에게나 뽀뽀를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이건 불과 몇 년 전 사진 같았다. 나츠무의 머리도 단발이고 말이다. 나츠무는 사람을 보고 사귀는데다가 여자를 제외하고는 다른 누구에게 먼저 스킨쉽을 하지않는 스타일이다. 다만, 나를 제외하면 말이지. 나와 사귀고는 스킨쉽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나츠무가 꺼낸 적이 있었다. 예전에 요시와라에서 있던 일들을 꺼내면서 그런 여자들이랑 노는게 좋냐며 엄청 툴툴거리며 울먹거린 적이 있다. 그에 반면 나츠무는 누구를 짝사랑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이어진 적은 처음이라며 나와 하는 모든 것이 거의 다 처음이라고 말했다. 근데 이게 지금 무엇인가. 그렇게 말했던 나츠무가 지금 이 사진에서 너무나도 귀여운 표정으로 다른 남자에게 뽀뽀를 하고있다는 사실이다. 뽀뽀를 받고있는 이 의문의 남자를 지금이라도 당장 찾아서 생매장시키고싶다.
"카무이-"
나츠무의 목소리에 나는 빠르게 앨범을 덮어버리고는 총총- 주방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나츠무가 타르트 두 조각을 보여주며 말을 꺼냈다.
"카무이는 딸기랑 포도 중에 뭐가 제일 좋아?"
"나츠무는...?"
"으음- 포도일려나? 아니, 그래도 역시 타르트는 딸기지-! 그래도...포도도 맛있는데..."
둘 중에 무엇을 나에게 줄 것인지 고민하는 나츠무의 모습을 보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어보냈다.
"둘 다 나츠무가 먹으면 되잖아?"
"그래도- 카무이도 먹어야되는걸?"
"그럼, 나눠먹으면 되지."
"아! 그렇구나- 그러면 되겠다-"
나츠무는 헤실헤실 웃어보이며 얼른 가자라는 말과 함께 타르트 두 조각과 홍차 두 잔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내 옆에 앉았다. 왠지 그 사진에 대해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우물쭈물 거리다가 나츠무가 내 어깨를 톡톡 건드렸다. 고개를 돌리니 어느새 내 입에는 딸기 타르트가 들어와있다.
"어때? 맛있어-?"
입에 들어있는 타르트를 무의식적으로 우물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결국에 타르트를 다 먹을 때까지 그 사진에 대해 언급을 하지못했다. 그렇게 시간만 흘러가던 찰나, 역시 지금 빨리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저...나츠무."
"응? 아, 타르트가 부족해? 타르트는 없고 푸딩있는데-"
"그게 아니라...이야기 하고싶은 게 있어서."
나츠무는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뭐든 이야기하라며 입을 열었다. 나는 천천히 손가락으로 앨범을 가리켰다.
"저거 말이야-"
"아- 내 앨범 말이구나? 이거 봤어?"
"응...미안, 허락 안받고 봐서."
"괜찮아- 정리하려다가 못한거였거든."
"그렇구나. 근데-"
"근데?"
"사진에 너가 뽀뽀한 사람. 그 사람 누구야?"
그 말에 나츠무는 눈을 크게 깜박거렸다. 나츠무는 무슨 이야기를 내가 꺼내는 건지 도통 모르는걸까. 결국 앨범을 펴보이며 그 문제의 사진을 가리켰다. 나츠무는 그 사진을 보고는 손뼉을 쳐보였다.
"이거-! 이거 누구야? 나츠무가 그랬잖아- 누구한테도 뽀뽀한 적 없다고..."
"...카무이, 그것때문에 아까부터 표정이 안 좋았던거야?"
"당연하지-! 엄청 신경 쓰인다고-!"
"하하-! 그게 뭐라고- 당연히 나한테는 카무이가 다 처음인걸?"
"근데 이 사진은-"
"그거 우리 오빠야."
"어?"
나츠무가 웃어보이며 말을 꺼낸 건 오빠라는 단어였다. 오빠? 그러고보니 나츠무한테는 두 명의 오빠가 있다. 이름은 대충 세히로, 아라타였나. 단 한번도 얼굴은 본 적이 없지만 나츠무가 몇 번 사진으로 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오빠라니 내가 봤던 나츠무의 두 오빠와는 차원이 다른 모습이다.
"머리 색깔이 달라서 잘 알아보기가 힘들어. 내가 지금 뽀뽀하고있는 게 세히로 오빠. 내가 예전에 말한 첫 째 오빠말이야."
"근데...지금이랑은..."
"완전 다르지? 불과 몇년 전 사진인데, 세히로 오빠 혼자 뭔가 다른 사람같았거든- 머리도 검은 색이었고 그게 불만이었는지 에도에 같이 올라오고나서 바로 염색부터 한 거 있지? 자기만 다른 사람은 보이기 싫다면서, 자기도 내 오빠로 보이고싶다면서 말이야-"
"그렇구나...나는 또..."
"내가 카무이도 아닌 다른 사람한테 뽀뽀했을까봐 걱정한거야?"
나츠무의 말에 반박할 수가 없다. 이 사람을 죽이고싶다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깐 말이지. 그냥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자 나츠무가 밝은 목소리로 웃어보이며 내 볼게 짧게나마 따뜻한 온기가 왔다갔다.
"내가 평생 뽀뽀할 사람은 카무이 밖에 없는걸? 그러니, 걱정하지마세요- 애인님."
"...나츠무우-"
"히히, 푸딩 먹을래?"
"응, 먹을래."
결국에 내 착각으로 빗어진 앨범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