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가 끝나고나면 항상 길거리에는 어둠이 내려앉아 무섭거나 외로울 때가 많았다. 낮도 아니라 그런지 밤에는 사람도 적어 혼자 걷는 이 시간이 무서웠다. 술 취한 이상한 사람에게 간간히 꼬인 적도 많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자주 전화를 하려했지만, 오빠 두 명은 일 문제로 지구를 떠나있었고 다른 사람에게 매일 같이 통화를 하려해도 그건 예의가 아니었다. 다만, 요즘은 그 문제가 사라졌다. 알바가 끝나고 보이지않은 달이 뜬 채 하늘은 어두워졌다. 그리고 익숙하게 폰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익숙한 신호음 멜로디가 들려왔고 뒤이어 밝은 목소리의 전화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여보세요, 나츠무-?”
“카무이- 뭐해?”
“뭐하긴, 나츠무 생각?”
“…풉, 그게 뭐야-”
“진짜인데-? 나츠무는 애인님 생각 하나도 안한거야?”
“설마!! 난 항상 카무이 생각하는걸?!”
“장난이야- 나츠무가 딴 사람 생각하면 내가 짜증날 것 같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뒤이어 들리는 상대의 웃음소리에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전화의 상대는 현재 연인이자 우주 해적 하루사메 7사단의 단장인 카무이였다. 얼마전, 집에 가는 길이 무섭다는 내 얘기를 들어주고는 카무이가 말을 꺼내왔다.
“헤에- 그렇게 무서우면 연락해.”
“카무이는 일 때문에 바쁘잖아- 내 연락 하나로 카무이 일을 방해 할 수는 없으니깐.”
내 말에 카무이는 내 손 위로 자신의 손을 겹쳤다. 그리고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나긋한 표정을 나에게 웃어보였다.
“나츠무, 그런 말하지마. 하나 밖에 없는 소중한 사람에게 시간을 쓰는 건 당연해.”
“그래도…”
“내 억지라고 생각해주면 안될까…? 오히려, 그런 밤에 나츠무에게 위험한 일이 생겨서 나츠무가 다치거나 위험에 빠진다면 그게 더…신경쓰여.”
그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카무이의 손에 깍지를 끼며 잡았다. 그렇게 나는 알바가 끝날 때마다 카무이에게 전화했다. 나로써는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이라 안심이 들 긴 했지만, 가끔은 피해를 끼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가슴 속에 자그맣게 남아있었다.
“나츠무-?”
“아…미안.”
“무슨 일 있었어? 치한? 술 취한 아저씨? 아니면 스토커?”
“그런 일 없어- 이미 있었다면 카무이에게 당장 말했겠지-”
“그럼?”
전화 너머로 카무이의 걱정하는 목소리가 자세히 들렸다. 어떻게든 얼버무려야겠다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다 하늘 위로 이쁘게 떠오른 초승달이 눈에 아른거렸다.
“초승달이…이뻐서- 한 눈 팔고있었어.”
“달?”
“카무이는 우주라서 안 보이지-? 되게 이뻐, 오늘말이지. 카무이도 같이 보고있다면 좋을텐데.”
“헤에- 달이라…그러네. 달이 무척 이쁘네- 물론, 나츠무가 더 이뻐.”
“에이- 나는…”
“나에게는 단 하나 밖에 없는 하늘이니깐. 어둠 속에서 살고있던 나를 빛으로 꺼내준 건 나츠무야.”
“카무이…”
“이런 애인님이라서 되게 두근거렸지-?”
카무이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이 나왔다. 이러니깐, 카무이가 더더 좋아질 수 밖에 없었다.
“얼른 카무이 보고싶다-”
하늘을 쳐다보며 초승달이 환한 빛을 비추고있었다. 그러자 전화 너머로 카무이도 목소리가 들릴만한데, 목소리가 들리지않았다. 전화 화면을 보니 금방 전화가 끊긴 것 같다. 내가 보고싶다는 말을 들었을까나. 만약, 못 들었다면 살짝 아쉬운데- 그런 마음을 가지고 집을 향해 움직이려하자, 익숙한 목소리가 내 발목을 잡았다.
“나도 나츠무가 너무 보고싶어-”
저 멀리 내 앞에는 웃은 채 서있는 카무이가 보이는 것이었다.
“카무이…?”
“너무 보고싶어서- 내가 먼저 달려왔어.”
그 말에 나는 카무이를 빤히 쳐다보다가 몸이 멋대로 움직였다. 그대로 카무이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런 내 행동에 카무이는 가만히 웃으며 나를 받아주었다.
“…어서와, 카무이-”
“다녀왔어-나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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