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살던 낙양에서의 어두운 풍경을 제외하고는 내 인생에서는 제일 많이 보고 자라온 곳은 바로 우주와 전장이다. 그러던 도중, 우주에서는 느끼지 못할 계절들이 흐르는 지구에 한번 일로 방문한 적이 있다. 그때 흘러가는 계절감에 무언가 신기함을 느꼈다. 그리고 얼마나 흘렀을까. 우연히 너를 만나고 흥미를 느껴 지구에 방문하는 날마다 너를 만나러다녔다. 아니 정확히는 일이 있던 없던 상관없이 너를 만나러다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얼려버릴 정도로 차가웠던 겨울이라는 계절이 지나가고, 따스한 나날들이 세상을 조금씩 녹였다. 그러면서 땅에는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그런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나에게는 그런 계절들도 하찮은 것들이다.
“우리- 벚꽃구경 가지않을래?”
푸딩을 한입 넣고는 우물거리는 상태로 너가 말을 꺼냈다. 벚꽃- 몇 번정도 본적은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왜 구경하는지 이해가 가지않았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다르게 입에서 다른 말이 튀어나왔다.
“헤에- 벚꽃이라.. 그럴까?”
“진짜지-! 오늘보니깐 공원에 피었던데- 지금 보러가자!”
아직 많이 남아있는 푸딩을 한 입에 다 털어넣으며 잽싸게 내 팔을 잡아당기는 너였다. 그렇게나 좋은걸까- 그 꽃 구경이 말이다. 그렇게 너에게 끌려다니며 도착한 공원에는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의 눈이 부실정도로 아름다운 분홍색의 벚꽃들이 피어있었다. 공원에 오면서 유독 사람이 많던 이유도 벚꽃 구경을 위해서였다. 그런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상하게 유독 너만 보였다. 파란 하늘보다 하늘하늘한 색의 너의 머리가 더 하늘 같았다. 공원 전체를 둘러 싼 이쁘게 만개한 벚꽃보다 분홍색 기모노에 들어간 프레시아라는 꽃이 더 이뻐보였다. 깊은 보라색의 눈동자는 지겹게 보아왔던 우주의 풍경과 차원이 달랐다. 나와 같은 야토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새하얀 피부. 그런 피부로 인해 도드라지게 보이는 옅게 핀 홍조까지 그런 세세한 것들이 다 보일 정도로 너가 시선에 들어왔다. 그때였다. 바람이 천천히 불어와 너의 머리카락이 살랑살랑 흔들리고 너가 나를 향해 뒤를 돌아 웃어보이자 바람과 함께 내 마음이 흔들렸다. 그것도 처음 느껴보는 기분으로 말이다.
"카무이- 이것봐! 벚꽃이 만개했어."
분명 평소와 똑같은 너의 미소가 오늘따라 더 이뻐보였다. 이쁘다고 소문난 요시와라 기녀들의 미소도 보이지않을정도로 다 쓰레기같이 보일정도로 내가 보아왔던 여자들의 미소 중 너가 제일 이뻤다. 그리고 그렇게 조용히 너가 다시 앞으로 돌자 나는 오른손을 들어올려 미친 듯이 뛰고있는 심장부근에 옷을 세게 쥐어잡았다. 떨렸다. 철 냄새와 비명소리가 가득한 핏빛의 전장에서의 싸움의 흥분으로 뛰었던 내 심장이 전장도, 강한 여자도 아닌 그 누구보다 평범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인 너에게 뛰었다. 마치 한편의 멜로 영화처럼 말이다. 그때서야 알아챘다. 내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다는 것을.
"응, 그러게- 나츠무."
이 세상에 피어있는 어떠한 꽃보다 눈이 부시며 아름다운 나츠무가 강한 자만 원하던 내 자신을 바꾸어버렸다. 그렇게 나는 나츠무라는 한 꽃에게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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